[헬스 톡톡] 강승걸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여성·고령층에 흔한 불면증, 젊은 환자도 꾸준히 증가
방치하면 우울·불안 악화… 심혈관질환·당뇨병 위험까지
원인·증상 따라 달라지는 치료, 맞춤형 접근 중요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 각성 신호 차단해 수면 유도
방치하면 삶의 질 크게 떨어져
불면증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여성과 고령층에서 상대적으로 흔하다. 여성은 임신·출산·폐경 등 호르몬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고령층은 나이가 들면서 깊은 수면이 줄고 야간 각성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성질환, 통증, 복용 약물 증가 등의 문제가 수면의 질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학업과 취업·직장 스트레스, 디지털 기기 사용 등의 영향으로 젊은 층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불면증이 특정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불면증을 방치하면 단순히 잠을 못 자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만성 불면증은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우울감과 불안감, 감정 조절 어려움 등 정신건강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업무·학업 수행 능력 감소로 이어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불면증을 잠을 못 자는 증상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장기간 지속되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 면역·인지기능 저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어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인 파악 후 비약물·약물치료 병행
불면증 치료는 정서적 문제나 다른 수면질환 여부, 잘못된 수면 습관 등을 확인하고 이를 함께 교정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환자마다 불면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외 진료 지침은 수면위생 교육과 인지행동치료를 만성 불면증의 일차 치료로 권고한다. 다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증상 정도와 동반 질환, 치료 접근성 등을 고려해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강 교수는 "예전에는 얼마나 빨리 잠드는지가 치료의 주요 목표였다면, 최근에는 수면의 질과 다음 날 기능 회복, 삶의 질 개선, 약물 부작용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가 바뀌고 있다"며 "환자가 잠들기 어려운지, 자주 깨는지, 새벽에 일찍 깨는지 등 증상 양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약 등장… 치료 선택지 확대
현재 불면증 치료에는 벤조디아제핀계와 비(非)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약물은 주로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의 작용을 강화해 수면을 유도한다. 효과가 빠르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내성이나 의존성, 주간 졸림, 인지기능 저하, 낙상 위험 등이 나타날 수 있어 환자 상태를 고려한 처방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허가를 받은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 계열 수면제는 기존 수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오렉신은 뇌에서 각성을 유지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이 신호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과도한 각성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잠들도록 돕는 원리다. 특히 이번에 허가된 약은 임상연구에서 수면 개시·유지 효과를 보였고, 장기 사용 시에도 효과가 확인됐다. 약물 중단 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반동성 불면이나 금단 증상은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강승걸 교수는 "불면증은 원인과 증상, 연령, 동반 질환 등이 모두 달라 하나의 치료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도입됐다는 건 의료진이 환자 특성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늘어났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수면 문제로 일상에 문제가 생긴 정도라면 혼자 버티기보다 전문의를 찾아 평가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기 바란다"고 했다.
[불면증 예방 수칙]
대한수면연구학회는 불면증이 있다면 '수면위생'을 실천할 것을 권고한다. 수면위생은 잠을 잘 자기 위한 생활 습관과 환경을 의미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실은 조용하며 적정한 온도와 조명을 유지해야 한다. 낮잠은 되도록 피하며,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낮에는 40분 정도 땀이 날 만큼 운동하되 늦은 밤 운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지 말고, 스트레스와 긴장을 줄이는 이완법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침대에서는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 등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만약 잠자리에 든 뒤 2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 긴장을 푼 뒤 졸릴 때 다시 눕는 것이 권장된다.
☞만성 불면증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거나 너무 일찍 깨어나는 증상이 반복돼 낮 동안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등 일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수면장애다. 이 같은 증상이 주 3회 이상 발생하고, 이러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