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인터뷰>
김태은 교수, 박지솔·방지은 미술치료사 인터뷰
암 진단을 받으면 흔히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다섯 단계에 걸쳐 감정 변화를 겪습니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단계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도처럼 반복됩니다. 수용한 것 같다가도 다시 분노하고, 괜찮아진 듯하다가도 깊은 우울함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치료 과정에서 신체 회복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뒤로 밀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과 색, 다양한 재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돕는 미술 치료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술심리치료 전문가인 서울여대 김태은 교수가 최근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를 출간했습니다. 김태은 교수와 박지솔, 방지은 미술치료사를 만나 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미술 치료의 의미를 들었습니다.
◇몸은 의료진이 치료하고, 마음은 스스로 돌봐야
-암 환자에게 미술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암 환자들은 몸이 아프다 보니 치료와 회복에만 집중하게 되고, 마음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됩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미술 치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이나 색, 재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데, 미술 치료에서는 어떤 재료를 쓸지, 어떤 색을 고를지 등을 직접 선택하면서 잃어버렸던 주체성과 통제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몸은 의료진이 치료하지만, 마음은 환자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환자’라고 불리는 보호자들도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을까요?
“보호자들도 환자와 비슷한 감정들을 겪습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는 자신의 욕구를 계속 뒤로 미루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픈 건 환자인데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될까”, “환자가 더 힘든데 내가 아프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호자 역시 마음을 털어놓을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호자가 자신의 감정을 환기해야 다시 환자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들만 따로 모여 미술 치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오래 머물다 보면 심리적으로도 많이 지치기 마련인데요. 아름다운 풍경이나 미술 작품을 보며 정서를 환기시키고, 여행이나 소망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합니다. 결국 미술 치료는 환자와 보호자를 구분하기보다, 각자의 상황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호스피스 현장은 늘 슬픔만 있는 공간일까요?
“많은 분들이 호스피스는 늘 울고만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족과 함께 임종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금메달을 만들어 드린 적도 있습니다. “주사도 잘 맞았고, 약도 잘 먹었으니 최고의 환자였다”고 이야기하며 엄마에게 금메달을 걸어드렸죠. 그 과정에는 웃음도 있었고, 감사도 있었습니다. 인간을 가장 깊이 만나는 순간이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들도 정말 많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연령에 따라 다른가요?
“연령에 따라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초등학생은 죽음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유치원생은 “우리 엄마만 왜 안 와?”라는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다섯 살 정도의 아이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해 “엄마 언제 깨어나요?”, “내가 할머니가 돼 천국에 가면 엄마가 나를 못 알아보면 어떡하죠?”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한 뒤, 의료진과 상담간호사, 심리치료팀이 함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다’라는 위로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드리고자 했는데요. 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아파 보니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입니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위로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생각의 전환입니다. 환자들은 하루 종일 자신의 병명과 치료, 부작용을 검색하며 머릿속이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저는 그걸 알고리즘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책을 펼쳐 그림을 그리고 색을 고르는 동안에는 그 알고리즘이 잠시 멈춥니다. 대신 “무슨 색으로 칠할까”,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짧은 시간이 마음을 환기시키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특히 어떤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까요?
“암 진단 이후 “내 인생은 끝났다”, “모든 게 망했다”고 느끼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진단 이후 삶이 완전히 뒤바뀐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삶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 책이 뾰족해진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몸은 의료진이 치료하고 있으니, 마음만큼은 조금 느슨하게, 조금 다정하게 돌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술심리치료 전문가인 서울여대 김태은 교수가 최근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를 출간했습니다. 김태은 교수와 박지솔, 방지은 미술치료사를 만나 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미술 치료의 의미를 들었습니다.
◇몸은 의료진이 치료하고, 마음은 스스로 돌봐야
-암 환자에게 미술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암 환자들은 몸이 아프다 보니 치료와 회복에만 집중하게 되고, 마음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됩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미술 치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이나 색, 재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데, 미술 치료에서는 어떤 재료를 쓸지, 어떤 색을 고를지 등을 직접 선택하면서 잃어버렸던 주체성과 통제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몸은 의료진이 치료하지만, 마음은 환자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환자’라고 불리는 보호자들도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을까요?
“보호자들도 환자와 비슷한 감정들을 겪습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는 자신의 욕구를 계속 뒤로 미루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픈 건 환자인데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될까”, “환자가 더 힘든데 내가 아프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호자 역시 마음을 털어놓을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호자가 자신의 감정을 환기해야 다시 환자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들만 따로 모여 미술 치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오래 머물다 보면 심리적으로도 많이 지치기 마련인데요. 아름다운 풍경이나 미술 작품을 보며 정서를 환기시키고, 여행이나 소망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합니다. 결국 미술 치료는 환자와 보호자를 구분하기보다, 각자의 상황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호스피스 현장은 늘 슬픔만 있는 공간일까요?
“많은 분들이 호스피스는 늘 울고만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족과 함께 임종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금메달을 만들어 드린 적도 있습니다. “주사도 잘 맞았고, 약도 잘 먹었으니 최고의 환자였다”고 이야기하며 엄마에게 금메달을 걸어드렸죠. 그 과정에는 웃음도 있었고, 감사도 있었습니다. 인간을 가장 깊이 만나는 순간이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들도 정말 많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연령에 따라 다른가요?
“연령에 따라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초등학생은 죽음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유치원생은 “우리 엄마만 왜 안 와?”라는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다섯 살 정도의 아이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해 “엄마 언제 깨어나요?”, “내가 할머니가 돼 천국에 가면 엄마가 나를 못 알아보면 어떡하죠?”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한 뒤, 의료진과 상담간호사, 심리치료팀이 함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다’라는 위로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드리고자 했는데요. 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아파 보니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입니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위로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생각의 전환입니다. 환자들은 하루 종일 자신의 병명과 치료, 부작용을 검색하며 머릿속이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저는 그걸 알고리즘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책을 펼쳐 그림을 그리고 색을 고르는 동안에는 그 알고리즘이 잠시 멈춥니다. 대신 “무슨 색으로 칠할까”,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짧은 시간이 마음을 환기시키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특히 어떤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까요?
“암 진단 이후 “내 인생은 끝났다”, “모든 게 망했다”고 느끼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진단 이후 삶이 완전히 뒤바뀐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삶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 책이 뾰족해진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몸은 의료진이 치료하고 있으니, 마음만큼은 조금 느슨하게, 조금 다정하게 돌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술 치료의 목적
-미술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나나요?
“가장 큰 변화는 가족 간 소통입니다.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와 미안함을 그림이나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하게 됩니다. 부부가 함께 삶을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많습니다.(박지솔 미술치료사)”
“변화라는 표현보다 ‘환자를 이해하게 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예민한 환자로 보였던 분도 미술치료를 하다 보면 그 행동의 이유와 맥락이 드러납니다.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진과의 소통도 훨씬 원활해집니다.(방지은 미술치료사)”
-병원에서 미술 치료가 더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병원 내 상근 미술치료사가 필요합니다. 한 명의 치료사가 진단 초기부터 치료, 회복, 말기 치료까지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면 환자의 삶 전체를 이해하며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수년 간의 치료가 지속되는 소아 암 환자에게는 상근 미술 치료가 더더욱 필요한데요. 긴 치료 과정을 시간을 혼자가 아닌 함께 걸어가는 데 있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는 미술 치료 방법이 있을까요?
“점토를 손으로 만지는 활동을 추천합니다. 꼭 작품을 잘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감정을 점토에 담아 형태를 만들고 이름을 붙여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박지솔 미술치료사)”
“자연 사진이나 풍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계절,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방지은 미술치료사)”
-미술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나나요?
“가장 큰 변화는 가족 간 소통입니다.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와 미안함을 그림이나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하게 됩니다. 부부가 함께 삶을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많습니다.(박지솔 미술치료사)”
“변화라는 표현보다 ‘환자를 이해하게 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예민한 환자로 보였던 분도 미술치료를 하다 보면 그 행동의 이유와 맥락이 드러납니다.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진과의 소통도 훨씬 원활해집니다.(방지은 미술치료사)”
-병원에서 미술 치료가 더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병원 내 상근 미술치료사가 필요합니다. 한 명의 치료사가 진단 초기부터 치료, 회복, 말기 치료까지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면 환자의 삶 전체를 이해하며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수년 간의 치료가 지속되는 소아 암 환자에게는 상근 미술 치료가 더더욱 필요한데요. 긴 치료 과정을 시간을 혼자가 아닌 함께 걸어가는 데 있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는 미술 치료 방법이 있을까요?
“점토를 손으로 만지는 활동을 추천합니다. 꼭 작품을 잘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감정을 점토에 담아 형태를 만들고 이름을 붙여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박지솔 미술치료사)”
“자연 사진이나 풍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계절,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방지은 미술치료사)”
✔ 암 극복을 위한 필수 지침, 아미랑
암으로 지친 마음 달래는 힐링 레터부터 극복한 이들의 노하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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