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체형 교정이나 단기간 체중 감량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지방분해주사 같은 미용 시술은 진입 장벽이 낮고 흔히 시행되는 처치로 통한다. 그러나 주사 성분에 강력한 스테로이드제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용치를 초과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몸속에 반복 투여될 경우, 체중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이 붓고 호르몬 분비 체계가 억제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마주할 수 있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지방분해주사를 맞은 뒤 ‘약물 유발성 쿠싱증후군’ 의증 소견을 받게 된 40대 환자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비만한 체형을 교정하고자 했던 40대 여성 A씨는 지방분해주사 시술을 위해 B의원을 찾았다. B의원 의료진은 당일 A씨의 팔, 허벅지, 복부 부위에 스테로이드제인 ‘트리암시놀론’ 성분이 희석된 용액을 피하주사로 투여했다. 의료진은 약 2주 간격으로 부위를 바꿔가며 주사 시술을 이어갔고, A씨가 약 한 달 반 동안 4차례에 걸쳐 투여받은 스테로이드 총량은 196mg에 달했다.
문제는 3회 차 시술을 받은 후부터 나타났다. A씨는 시술 후 오히려 얼굴이 눈에 띄게 붓고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상 증상을 겪었다. 효과가 없다는 환자에게 의료진은 추가 시술을 권유했고, A씨는 4차 시술까지 받은 뒤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C병원 가정의학과와 D종합병원 내분비내과를 잇달아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았다. 혈액검사 결과,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CTH)과 코르티솔 수치가 정상 범위를 한참 밑도는 상태였다. 외부에서 과도하게 투여된 스테로이드가 체내 호르몬 분비 체계를 억제한 결과로 해석됐다. A씨는 약물유발성 쿠싱증후군과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 의증 소견을 받았으며 이후로도 정확한 확진과 호르몬 수치 회복을 위해 병원을 오가며 혈액검사와 경과 관찰을 이어가야 했다.
◇환자 “시술 강행” vs 병원 “약 끊으면 회복돼”
A씨 측은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지방분해주사 시술로 인해 쿠싱증후군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했고, 3차 시술 후 이상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의료진이 추가 시술을 권유해 상태를 악화시켰으며 시술 전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며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반면 B의원 측은 환자가 비만 체형 교정을 원해 시술을 시행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환자의 증상이 약물유발성 쿠싱증후군을 의심할 만한 상태인 것은 인정하나 당시 확진되지는 않았으며, 해당 질환은 약물 투여를 중단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환자가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중재원 “합리적 재량 벗어난 고용량”
의료중재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시술에 사용된 트리암시놀론 주사제는 원래 제품허가정보에 따르면 피부 질환이나 켈로이드 치료 등을 위해 국소 부위에 소량(1회 0.2~1mg, 주 1회 최대 10mg) 투여하도록 허가된 약물이다. 의사의 재량에 따라 조직 위축 효과를 활용한 미용 시술에 쓰일 수 있지만, 짧은 기간에 200mg에 육박하는 고용량을 투여한 것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 축을 억제할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므로 합리적인 의사 재량 범위를 벗어난 과다 투여라고 판단했다.
병원의 부실한 진료기록부와 경과관찰 미흡도 지적됐다. 제출된 병원 측 의무기록에는 시술 부위와 가격만 적혀 있을 뿐, 환자가 부작용을 호소했는지에 대한 경과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의료중재원은 환자의 상태를 성실히 기록하지 않아 진료 경과를 불분명하게 만든 책임은 병원에 있다고 봤다. 또한 적어도 3차 시술 후 환자가 부종을 보였다면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의심해 투약을 중단했어야 함에도 4차 시술까지 시행한 점 역시 과실로 판단했다. 아울러 시술 동의서에 일반적인 부기나 멍만 기재되어 있을 뿐, 스테로이드 성분명이나 쿠싱증후군 같은 중대한 합병증 위험은 전혀 고지되지 않아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됐다.
다만 의료중재원은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면 정상으로 회복되는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병원의 책임을 일부 제한, 최종적으로 병원이 A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을 성립시켰다.
◇지방분해주사 맞기 전 주의 필요
미용 목적으로 시행되는 지방분해주사는 병원마다 배합 성분이 달라 환자가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시술에 스테로이드제가 포함될 경우 과다 투여 시 호르몬 분비 체계가 억제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성형외과 곽인수 원장은 “지방분해주사를 맞기 전 해당 주사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있다면 정확한 용량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사 시술 후 나타나는 호르몬 부작용은 흔치 않고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환자가 스스로 인지하기 쉽지 않다. 대개 스테로이드가 장기간 과다 투여되었을 때 쿠싱증후군 증상이 나타난다. 곽인수 원장은 “장기 투여 시 얼굴이 보름달처럼 둥글게 붓는 ‘문페이스’ 현상이나 목, 몸에 급격히 살이 찌는 증상이 보일 수 있다”며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평소보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이 호르몬 이상을 잡아내는 더 빠른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주사를 맞은 국소 부위의 피부가 움푹 꺼지거나 위장 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장기간 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성분 주사를 맞아왔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갑자기 스테로이드 사용을 중단하면 저혈압이나 쇼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시술을 받았다면 병원에 사용 약물 정보를 요청한 뒤 내분비내과 진료를 통해 필요한 검사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지방분해주사를 맞은 뒤 ‘약물 유발성 쿠싱증후군’ 의증 소견을 받게 된 40대 환자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비만한 체형을 교정하고자 했던 40대 여성 A씨는 지방분해주사 시술을 위해 B의원을 찾았다. B의원 의료진은 당일 A씨의 팔, 허벅지, 복부 부위에 스테로이드제인 ‘트리암시놀론’ 성분이 희석된 용액을 피하주사로 투여했다. 의료진은 약 2주 간격으로 부위를 바꿔가며 주사 시술을 이어갔고, A씨가 약 한 달 반 동안 4차례에 걸쳐 투여받은 스테로이드 총량은 196mg에 달했다.
문제는 3회 차 시술을 받은 후부터 나타났다. A씨는 시술 후 오히려 얼굴이 눈에 띄게 붓고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상 증상을 겪었다. 효과가 없다는 환자에게 의료진은 추가 시술을 권유했고, A씨는 4차 시술까지 받은 뒤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C병원 가정의학과와 D종합병원 내분비내과를 잇달아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았다. 혈액검사 결과,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CTH)과 코르티솔 수치가 정상 범위를 한참 밑도는 상태였다. 외부에서 과도하게 투여된 스테로이드가 체내 호르몬 분비 체계를 억제한 결과로 해석됐다. A씨는 약물유발성 쿠싱증후군과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 의증 소견을 받았으며 이후로도 정확한 확진과 호르몬 수치 회복을 위해 병원을 오가며 혈액검사와 경과 관찰을 이어가야 했다.
◇환자 “시술 강행” vs 병원 “약 끊으면 회복돼”
A씨 측은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지방분해주사 시술로 인해 쿠싱증후군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했고, 3차 시술 후 이상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의료진이 추가 시술을 권유해 상태를 악화시켰으며 시술 전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며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반면 B의원 측은 환자가 비만 체형 교정을 원해 시술을 시행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환자의 증상이 약물유발성 쿠싱증후군을 의심할 만한 상태인 것은 인정하나 당시 확진되지는 않았으며, 해당 질환은 약물 투여를 중단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환자가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중재원 “합리적 재량 벗어난 고용량”
의료중재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시술에 사용된 트리암시놀론 주사제는 원래 제품허가정보에 따르면 피부 질환이나 켈로이드 치료 등을 위해 국소 부위에 소량(1회 0.2~1mg, 주 1회 최대 10mg) 투여하도록 허가된 약물이다. 의사의 재량에 따라 조직 위축 효과를 활용한 미용 시술에 쓰일 수 있지만, 짧은 기간에 200mg에 육박하는 고용량을 투여한 것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 축을 억제할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므로 합리적인 의사 재량 범위를 벗어난 과다 투여라고 판단했다.
병원의 부실한 진료기록부와 경과관찰 미흡도 지적됐다. 제출된 병원 측 의무기록에는 시술 부위와 가격만 적혀 있을 뿐, 환자가 부작용을 호소했는지에 대한 경과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의료중재원은 환자의 상태를 성실히 기록하지 않아 진료 경과를 불분명하게 만든 책임은 병원에 있다고 봤다. 또한 적어도 3차 시술 후 환자가 부종을 보였다면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의심해 투약을 중단했어야 함에도 4차 시술까지 시행한 점 역시 과실로 판단했다. 아울러 시술 동의서에 일반적인 부기나 멍만 기재되어 있을 뿐, 스테로이드 성분명이나 쿠싱증후군 같은 중대한 합병증 위험은 전혀 고지되지 않아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됐다.
다만 의료중재원은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면 정상으로 회복되는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병원의 책임을 일부 제한, 최종적으로 병원이 A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을 성립시켰다.
◇지방분해주사 맞기 전 주의 필요
미용 목적으로 시행되는 지방분해주사는 병원마다 배합 성분이 달라 환자가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시술에 스테로이드제가 포함될 경우 과다 투여 시 호르몬 분비 체계가 억제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성형외과 곽인수 원장은 “지방분해주사를 맞기 전 해당 주사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있다면 정확한 용량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사 시술 후 나타나는 호르몬 부작용은 흔치 않고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환자가 스스로 인지하기 쉽지 않다. 대개 스테로이드가 장기간 과다 투여되었을 때 쿠싱증후군 증상이 나타난다. 곽인수 원장은 “장기 투여 시 얼굴이 보름달처럼 둥글게 붓는 ‘문페이스’ 현상이나 목, 몸에 급격히 살이 찌는 증상이 보일 수 있다”며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평소보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이 호르몬 이상을 잡아내는 더 빠른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주사를 맞은 국소 부위의 피부가 움푹 꺼지거나 위장 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장기간 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성분 주사를 맞아왔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갑자기 스테로이드 사용을 중단하면 저혈압이나 쇼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시술을 받았다면 병원에 사용 약물 정보를 요청한 뒤 내분비내과 진료를 통해 필요한 검사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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