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상상 운동’ 했더니 일어난 변화

입력 2026/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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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 운동 효과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 스포츠과학과와 호서대 게임소프트웨어학과 공동 연구팀은 부산의 한 노인복지관을 찾는 65~84세 노인 3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갖추고 있었고, 신경학적·정신과적 질환도 없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3D 가상현실 아바타 운동을 하는 실험군, 다른 그룹은 아바타 없이 같은 VR 속 풍경만 감상하는 대조군이다.

이 연구는 주 3회, 회당 20분씩 6주간 총 18회 진행됐다. 연구팀은 주의력·기억력 등 인지 검사와 정서 상태 그리고 생리 신호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아바타 운동을 한 그룹은 전반적으로 인지 기능이 더 많이 개선됐다. 두 그룹 모두 어느 정도 개선을 보였지만, 실험군에서 개선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력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여러 단어를 들려준 뒤 바로 떠올리는 ‘즉각 회상’과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기억해 내는 ‘지연 회상’에서 아바타 운동을 한 그룹의 능력이 더 많이 개선됐다.

신체 자기효능감도 실험 전보다 높아졌다. 아바타 운동을 한 실험군에서는 이 점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반면 대조군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아바타를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운동을 해냈다는 경험이 고령자의 신체 자신감을 북돋아 긍정적인 정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억력과 주의력도 개선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매 등을 예방할 수도 있다.

생리적인 변화도 있었다. 상상일 뿐 실제로 의자에 앉아 다리를 움직이지 않았지만, 왼쪽 종아리 근육에서 측정한 근전도는 시간이 지나며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 실제 움직임이 없었는데도, 발을 움직인다는 상상만으로 종아리 근육에서 미세한 전기적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3D VR을 활용한 상상 운동이 실제 신체 운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폐 기능, 혈압 및 혈당 조절, 근육량 유지처럼 전신 건강에 직결되는 효과는 여전히 실제로 하는 운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학술지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