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줄었다고요? '육아남'들 걱정 마세요

입력 2026/06/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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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퇴근 후 소파에 앉으면 좀처럼 일어나기 힘들다. 예전처럼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것도 버겁다. 배는 점점 나오고 근육은 줄어드는 것 같다. 용기를 내 병원에 가보니 남성호르몬 수치가 예전보다 낮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남자가 이러한 변화를 ‘남성성의 쇠퇴’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남성 호르몬 보충제와 각종 건강식품 광고에 더욱 눈길을 준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일간지 LA타임스가 이 같은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보도했다. 남성호르몬 감소가 단순한 노화나 쇠퇴가 아니라 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반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아버지가 된 남성에서 나타나는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몸이 양육자의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 유지, 성욕, 경쟁심, 공격성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 남자는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부정적이고 창피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자들의 해석은 다르다. 아이가 태어나면 경쟁심보다 돌봄 능력, 공격성보다 공감 능력이 중요해지고, 몸이 스스로 호르몬 환경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즉 공격성과 관련된 테스토스테론은 다소 낮아지고, 부모와 자녀의 유대 형성에 관여하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의 역할이 커진다.

실제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필리핀 남성 624명을 약 4년 반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아버지가 된 남성은 자녀가 없는 남성보다 테스토스테론 감소 폭이 더 컸다. 특히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버지일수록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를 ‘남성이 양육자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변화’로 해석했다.

물론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무조건 정상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성욕 저하나 만성피로가 심하게 나타나면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년 남성 상당수의 경우 호르몬 자체보다 생활 습관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테스토스테론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 만들어지는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 보면 늦게 잠을 드는 경우가 많다. 또 남성 호르몬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성 호르몬을 깨우려면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①먼저 육아로 깨진 수면 패턴을 복원해야 한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피로해진 뇌와 몸을 회복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깊은 수면 단계의 비중을 높이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②주 3회 정도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 같은 큰 근육 운동을 꾸준히 실시한다. 근육량 유지와 대사 건강에 도움을 준다.
③허리 둘레를 관리하라. 복부 지방이 늘수록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니, 뱃살을 빼는 게 좋다.
④술은 줄이고 햇볕은 늘려라. 과음은 남성 호르몬 생성에 악영향을 준다. 반면 규칙적인 야외 활동은 수면과 비타민D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