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백신' 편견 깬다… 남자 청소년 HPV 접종 본격화

입력 2026.05.20 16:55
김동현 교수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는 HPV 예방을 '사회의 중추가 될 청년 세대를 위한 대의'로 정의했다.​/사진=구교윤 기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을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남성 청소년까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10년간 여성에게 한정됐던 HPV 무료 접종이 남성에게도 적용되면서 우리나라도 남녀 모두 접종이라는 전 세계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6일부터 만 12세(2014년생) 남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시작했다. 그간 HPV는 자궁경부암 주원인으로 알려져 여성 위주 방역 체계가 구축돼 왔다. 그러나 HPV는 항문암, 외음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며 최근 남성에게서도 구인두암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HPV 예방에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백신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고 보건 행정 당국 또한 남성 청소년 접종 도입에 신중했다. 하지만 영국,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은 10여 년 전부터 남녀 모두에게 접종하는 젠더 뉴트럴 예방 전략을 채택해 암 박멸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다. 남성은 HPV를 무증상으로 장기간 보유하며 타인에게 전파할 확률이 높아, 이번 남아 대상 접종 도입은 국내 암 예방 정책의 큰 전환점이다.

한국MSD가 20일 서울 성암아트홀에서 마련한 미디어 세션에서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는 HPV 예방을 '사회의 중추가 될 청년 세대를 위한 대의'로 정의했다.

실제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HPV 신고 건수는 2020년 1만945건에서 2024년 1만4534건으로 약 32.8% 증가했다. 특히 남성 신고 건수는 같은 기간 117건에서 214건으로 82.9% 급증했다. 또 국내 남성 4만40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전체의 59%에서 HPV DNA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HPV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생식기 사마귀의 경우 지난해 국내 남성 환자 수는 4만8017명으로 여성 환자(9600명)의 약 5배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과거 선진국과 달리 백신 보급이 늦었던 우리나라에서 자궁경부암은 가정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인식됐다"며 "이제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항암 백신을 통해 젊은 세대의 건강을 능동적으로 보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은 HPV를 무증상 상태로 장기간 보유하며 타인에게 전파할 위험이 높다"며 "남성이 무슨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느냐는 인식은 과거 안전띠를 거부하던 시절의 논리와 같다. 본인의 항문암, 구인두암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파트너와 가정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로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현 교수 일문일답
Q. 만 12세가 아닌 남자 청소년이나 성인도 예방접종이 필요한가.
"남성 청소년에게 있어 12세를 넘긴 연령대라도 조기 접종의 이득은 유효하다. 국가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보호자 의지가 있다면 의학적으로 접종은 지극히 정당하다. 성인 남성 역시 첫 성 경험 이전에 접종하는 것보다 효과가 낮을 수는 있지만, 여성과 달리 자연 면역 획득이 어렵다는 점에서 접종을 통한 이득은 분명히 존재한다."

Q.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단순히 배우자를 위한 희생이라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항문암, 음경암 등을 방어하는 본인 보호 측면의 이득이 명확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12세 아동에게 의학적 기전을 설명하기 어렵다면, 부모가 접종의 필요성을 확실히 이해한 후 담당 의사와 상의해 자연스럽게 접종으로 이끄는 과정이 필요하다."

Q. 중학교 입학 전, HPV 외에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접종이 있는가.
"만 12세 연령대에는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과 일본뇌염 사백신 5차 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있다. 병원 방문을 기피하는 연령 특성을 고려할 때, 접종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권장되는 다른 백신을 HPV 백신과 동시 접종하는 것도 효율적인 전략이다. 12세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마무리하는 시기인 만큼, 병원 방문 시 미접종 항목이 없는지 확인하고 함께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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