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희귀병 걸린 신혼부부, 출산 직후 아기 사망도… 무슨 일?

입력 2026.05.20 07:40

[해외토픽]

리씨 부부
중국의 30대 신혼부부가 희귀 자가면역 질환에 동시에 걸려 전신 마비를 겪고, 출산한 아이까지 잃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사진=SCMP
결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중국의 30대 신혼부부가 희귀 자가면역 질환에 동시에 걸려 전신 마비를 겪고, 어렵게 출산한 아이까지 잃었다는 비극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톈진에 거주하는 리(32)씨는 지난해 3월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전신 쇠약, 시야 흐림, 팔다리 저림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처음 찾은 병원에서는 이를 뇌졸중으로 오진해 적절하지 않은 치료를 시행했다. 이후 리씨의 증상은 빠르게 악화했고, 한 달 만에 체중이 90kg에서 50kg까지 급감했다. 정확한 병명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쳐 전신이 마비된 상태였다. 그가 진단받은 질환은 ‘비커스태프 뇌간뇌염’이었다.

리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두 달 뒤, 당시 임신 6개월이던 아내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아내 역시 비커스태프 뇌간뇌염 진단을 받았다. 부부는 아이만큼은 무사히 태어나길 바라며 조기 출산을 결정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출생 직후 숨졌다.

리씨는 “전 세계적으로도 부부가 동시에 이 병에 걸린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안다”며 “중국에서는 우리가 첫 동시 발병 사례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말이 매우 느리지만 조금씩 대화가 가능하고, 손가락으로 휴대전화를 일부 조작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한 상태다.

리씨 부부가 겪은 비커스태프 뇌간뇌염은 면역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뇌간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이다. 뇌간은 호흡, 의식, 운동 조절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다. 일반적인 뇌염이 바이러스나 세균이 직접 뇌를 침범해 발생하는 것과 달리, 비커스태프 뇌간뇌염은 감염 이후 면역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면역 세포가 뇌간의 신경세포를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눈동자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안구운동 마비 ▲균형 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는 운동실조 ▲의식 장애 등이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기나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세균 감염 이후 이런 면역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과 전문의 자오 박사는 양쯔만보와의 인터뷰에서 리씨 부부의 동시 발병 원인에 대해 생활환경이나 공통 감염원 노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물의 배설물을 만진 뒤 손을 제대로 씻지 않았거나, 덜 익힌 닭고기·해산물 등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세균 감염이 선행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리씨는 실제로 부부가 2024년 햄스터를 키웠으며 평소 해산물을 즐겨 먹었다고 밝혔다.

이 질환은 초기 대응 여부에 따라 예후가 크게 갈린다. 발병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대부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거나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진단이 늦어져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염증이 뇌간 전체로 퍼지면서 전신 마비, 호흡 곤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치료는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혈액 속 원인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교환술이나, 유해 항체를 중화하는 고용량 면역글로불린 주사 치료 등이 주로 시행된다.

뚜렷한 예방법은 없지만, 선행 감염을 막기 위한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고 손 씻기를 생활화해 위장관·호흡기 감염 위험을 줄여야 한다. 특히 감기나 장염 이후 시야가 흐려지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