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삐끗하는 비상사태, ‘비골근’이 지켜준다

입력 2026.05.19 08:20

[운동은 근육빨] 등산③

이제 운동과 스포츠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우리 삶의 소중한 일상이 됐다. 하지만 열정만 앞세우고 뛰어들면, 어느새 몸 곳곳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즐거워야 할 운동이 고통이 되어버리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다. 스포츠는 종목마다 쓰는 근육과 움직이는 원리가 다르다. 내 몸의 원리를 이해하고, 각 종목에 꼭 필요한 근육 방패를 하나씩 갖춰보자. 부상을 줄이면서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 즐길 수 있다.
비골근 역할 그래픽
그래픽=최우연
등산은 평지 걷기와는 전혀 다르다. 들쭉날쭉한 바위와 나무뿌리, 미끄러운 흙길 등 불규칙한 지면 위를 계속 걸어야 한다. 발을 잘못 디뎌 순간적으로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틀어지기 쉽다. 대한정형외과학회와 대한족부족관절학회 임상 분석에 따르면 산악 사고로 병원을 찾는 환자 부상 부위 중 60% 정도가 발목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발목을 삐면 “재수가 없었다”라며 넘겨 버린다. 정말 그럴까.

당신의 발목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비골근’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발은 지면과 대화하는 안테나”라고 했다. 이 안테나가 스포츠 의학 용어로는 ‘고유 수용성 감각’이다. 지면의 기울기를 실시간으로 읽어 뇌에 전달하고, 0.1초 만에 발목을 바로 세우는 신체 감각이다. 평지에서 자주 발목이 접질린다면, 이 안테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울퉁불퉁한 산길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인 도박이나 다름없다.

발목이 꺾이려 할 때, 바깥쪽에서 팽팽하게 당겨 균형을 잡아주는 유일한 근육이 종아리 바깥쪽으로 따라 내려오는 비골근(Peroneal Muscle)이다. 이 근육이 약하거나 반응 속도가 느리면 인대가 먼저 손상된다. 우리가 흔히 ‘발목이 삐었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 근육은 평소에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지 생활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산에서 발목을 쉽게 다친다. 결국 발목 부상은 운이나 재수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이다.

비골근을 깨우려면?
①발가락 움켜쥐기=
의자에 앉아 바닥에 수건을 깔고 발가락 힘만으로 당긴다. 발바닥 아치가 탄탄해야 발목이 무너지지 않는다.
②외회전 밴드 운동=의자에 앉아 양발에 탄력 밴드를 걸고, 발등을 바깥쪽으로 벌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종아리 옆면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와야 한다.
③발끝으로 걷기=뒤꿈치를 완전히 들고 20걸음 정도 걷는다. 발목이 좌우로 휘청이지 않게 꽉 잡아주는 힘을 느낀다.
④눈 감고 한 발로 균형잡기=한 발로 서서 20~30초간 버틴다. 눈을 감으면 뇌는 발목의 비골근과 고유 수용성 감각에만 의존하게 돼 발목 주변 근육 반응 속도가 더 좋아진다.
산행 습관도 발목을 지킨다.

ㆍ발을 지면에 찍지 말고 부드럽게 내려놓는다
ㆍ돌이나 나무뿌리를 밟을 때 발 전체로 딛는다
ㆍ보폭을 줄이고 중심을 낮춘다
ㆍ피로할수록 속도를 줄인다
ㆍ하산 막바지라도 방심하지 말고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풀거나 스틱을 접지 않는다
ㆍ풍경에 한눈팔지 말고 시선을 항상 발 내디딜 곳 3미터 앞에 둔다.

그래도 발목 삐끗했다면?
ㆍ48시간 이내 냉찜질을 한다
ㆍ48시간 이후 붓기가 사라지면 온찜질을 한다
ㆍ손상 부위에 테이핑해서 혈류량을 최소화한다
ㆍ휴식을 취할 때는 손상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한다


◇세대별 발목 방어 어떻게?
▶2030 “속도를 줄여라”
속도가 빠른 대신 발목을 크게 쓰는 경우가 많아요. 울퉁불퉁한 산길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등산 전 ‘눈 감고 한 발 서기’로 발목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4050 “근육을 키워라”
종아리와 발목 주변 근육을 꾸준히 강화하세요. 사무실 책상 밑에서 밴드를 활용한 ‘외회전 운동’을 틈틈이 해보세요.
▶6070 “유연성이 곧 안전벨트”
산행 전후로 벽을 밀며 종아리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빼놓지 마세요. 걸을 때는 발을 디딜 지점을 미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