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가려운 것 방치했다가 얼굴 마비… 20대 女, 무슨 사연?

입력 2026.05.08 02:20

[해외 토픽]

페이지 웨스턴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페이지 웨스턴의 모습/사진=니드투노우
귀가 가렵고 작은 혹이 생긴 증상을 단순한 귀 염증으로 여겼던 20대 여성이 결국 얼굴 한쪽이 마비되는 희귀 질환 진단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니드투노우'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에 사는 페이지 웨스턴(29)은 지난 4월 초 귀 근처에서 작은 혹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며칠 뒤 귀가 심하게 가렵고 붓기 시작했고 통증까지 나타났다. 웨스턴은 병원을 찾아 귀 감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를 처방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며칠씩 이어지는 심한 두통까지 생겼고, 추가 검사와 약물 치료에도 상태는 계속 악화했다.

결국 얼굴 한쪽이 마비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심각해졌다. 응급실을 찾은 뒤에야 웨스턴은 귀 대상포진과 관련된 '램지헌트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램지헌트 증후군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몸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며 귀 주변 안면신경을 침범해 얼굴 마비, 귀통증, 발진, 청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웨스턴은 여러 차례 다른 진단을 받은 끝에 뒤늦게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전문의를 만난 뒤에야 3단계 램지헌트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증상이 시작된 지 약 3주가 지나서야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진단을 받았을 때 정말 혼란스럽고 무서웠다"며 "무엇보다 얼굴이 변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웃거나 말할 때 입을 가리게 됐고,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볼까 봐 신경 쓰였다"고 했다.

의료진은 회복까지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으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조금씩 호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웨스턴은 "대상포진 증상은 대부분 좋아졌지만 여전히 귀통증과 화끈거림, 가려움이 남아 있다"며 "얼굴 근육 약화가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램지헌트 증후군의 대표 증상은 ▲귀통증 ▲안면마비 ▲귀 주변 피부병변이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신경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기 증상이 심할수록 영구적인 신경 손상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이 외에도 두통, 메스꺼움, 구토, 난청, 이명, 현기증, 미각 이상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청력을 잃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본 에히메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환자 80명을 분석한 결과, 발병 후 3일 이내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얼굴 마비 완전 회복률은 75%였다. 반면 치료 시작 시점이 4일 이후인 경우 회복률은 38%, 8일 이후에는 30%까지 떨어졌다.

치료에는 주로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제가 사용된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