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만약 ‘위고비’의 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가 식욕을 줄일 뿐 아니라 술에 대한 갈망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혈당, 식욕, 소화 조절을 위해 소장과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한다. 이로써 식욕을 줄이고, 음식물의 소화 속도를 늦춰 식사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유도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부속병원과 미국 국립보건원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으면서 비만인 성인남녀 108명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치료 효과를 알아봤다. 모든 실험 참여자는 ‘중증 알코올 사용 장애’ 기준을 만족했으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었다. 통상 BMI가 25일 때부터 과체중, 30일 때부터 비만으로 정의한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을 반으로 나눠 한쪽은 실제 세마글루타이드 24mg을, 나머지 한쪽은 위약을 매주 투여받게 했다. 실험이 진행되는 26주 동안 모든 참여자는 10회의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했다. 알코올을 멀리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갈망을 조절하며, 과음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둔 치료였다. 연구 기간 내내 자신의 일일 알코올 섭취량도 보고했다.
실험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집단은 과음하는 날이 41.1% 줄어든 반면, 위약을 투여받은 집단은 26.4%만이 감소했다. 알코올을 갈망하는 정도를 수치화한 점수와 총 알코올 섭취량 역시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집단에서 더 감소했다.
연구팀이 알코올 섭취 후 피에 누적되는 포스파티딜 에탄올아민이라는 물질의 체내 수치를 측정했더니, 위약 투여군보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서 훨씬 많이 감소한 것도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험 음주 수준을 낮음, 중간, 높음, 매우 높음의 네 단계로 구분한다. 두 단계만 내려가도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두 단계 내려가는 데 성공한 사람의 비율이 위약 투여군보다 높았다.
다만, 오남용은 금물이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사람 일부가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가 모든 종류의 중독 억제에 이롭다고 해석하는 것도 잘못이다. 참여자 일부는 알코올 중독인 동시에 흡연량도 많았는데, 실험을 거치며 알코올 섭취량은 줄었어도 흡연량은 감소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도 “비만인 사람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라 BMI가 정상 수준인 사람에게도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