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병협 최용재 회장, 어린이날 맞아 대통령에 당부
“의원 662곳 폐업·전공의 외면… 치료 기준도 현실 못 따라”
“응급실 뺑뺑이 막으려면 소아 기준 마련해야”
“대한민국 소아의료는 세계적 성과를 이뤘지만, 그 이면은 붕괴 중이다. 어른 기준으로 설계된 제도가 아이 진료를 옥죄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협회는 104회 어린이날을 맞아 소아의료 인력 이탈, 필수의료 기반 붕괴, 제도적 모순 등 복합적인 위기를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과는 쌓였지만 제도는 후퇴… 치료 지연 불러
한국 소아의료의 성과는 분명하다. 영아 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명대로 OECD 최상위 수준이며, 500g 미만 초미숙아도 살려내는 신생아중환자실 역량을 갖췄다. 소아암 5년 생존율 역시 85%를 넘어 주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나 현장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 662곳이 문을 닫았고, 전공의 지원율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 양성 체계도 사실상 끊겼다. 최 회장은 “야간에 열이 39도까지 오른 아이가 갈 곳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의 성과는 의료진의 희생으로 버텨온 결과일 뿐,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면역글로불린(IVIG) 급여 기준이 꼽힌다. 자가면역성 뇌염은 조기 치료가 필수지만, 국내 기준은 확진 이후 투여만 인정한다. 항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4주 동안 치료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국제 가이드라인은 ‘의심되면 즉시 치료’인데 국내 기준은 ‘확진 후 치료’”라며 “교과서대로 치료하면 삭감되고, 기준을 따르면 아이 뇌가 손상되는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초신경 자가면역 질환에는 IVIG가 인정되면서 뇌염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인 기준 그대로 적용… 검사할수록 적자
문제의 핵심은 ‘어른의 잣대’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는 증상 표현이 어렵고, 검사·치료 방식도 성인과 다르다. 그러나 건강보험 기준은 사실상 성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최 회장은 “아이에게 맞는 진료를 하면 부당청구로 몰리고, 기준을 따르면 적절한 치료를 못 한다”며 “문제는 현장이 아니라 제도”라고 했다.
이 같은 구조는 수가에서도 드러난다. 2025년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X-ray는 평균 4만~9만 원 수준에서 제한 없이 청구된다. CT는 약 60만 원, MRI는 70만 원대다. 반면 사람 아기의 전신 X-ray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에 묶여 있을 뿐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 삭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은 “말도 못 하는 아기를 달래가며 최소한의 방사선으로 촬영하는 의료진의 노력 가치가 반려동물 검사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아이 의료의 가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문제”라고 했다.
기본 진료에서도 적자 구조는 반복된다. 영유아 소변검사에 필수적인 ‘소변주머니’는 건강보험에서 ‘산정불가’로 분류돼 비용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그는 “패치가 잘 떨어져 한 아이에 여러 개를 써야 하는데, 최근에는 검사비보다 재료비가 더 비싼 상황”이라며 “검사를 제대로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어린이병원 신설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새 병원을 지어도 채울 의사가 없다”며 “기존 소아병원이 무너지면 지역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축보다 현재 버티고 있는 병원을 살리는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해법은 ‘소아 기준’… 독립 급여·전담 조직 필요
협회는 해결책으로 ▲소아 독립 건강보험 기준 신설 ▲아동 건강권의 법적 보장 및 재정 지원 근거 마련 ▲보건복지부 내 전담 조직 신설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소아 진료는 불가항력적 변수가 큰데도 결과만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아이를 위한 제도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어린이날의 의미는 하루의 축하가 아니라, 365일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아이들이 응급실을 전전하지 않고, 아플 때 바로 소아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며 “소아의료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할 정책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협회는 104회 어린이날을 맞아 소아의료 인력 이탈, 필수의료 기반 붕괴, 제도적 모순 등 복합적인 위기를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과는 쌓였지만 제도는 후퇴… 치료 지연 불러
한국 소아의료의 성과는 분명하다. 영아 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명대로 OECD 최상위 수준이며, 500g 미만 초미숙아도 살려내는 신생아중환자실 역량을 갖췄다. 소아암 5년 생존율 역시 85%를 넘어 주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나 현장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 662곳이 문을 닫았고, 전공의 지원율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 양성 체계도 사실상 끊겼다. 최 회장은 “야간에 열이 39도까지 오른 아이가 갈 곳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의 성과는 의료진의 희생으로 버텨온 결과일 뿐,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면역글로불린(IVIG) 급여 기준이 꼽힌다. 자가면역성 뇌염은 조기 치료가 필수지만, 국내 기준은 확진 이후 투여만 인정한다. 항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4주 동안 치료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국제 가이드라인은 ‘의심되면 즉시 치료’인데 국내 기준은 ‘확진 후 치료’”라며 “교과서대로 치료하면 삭감되고, 기준을 따르면 아이 뇌가 손상되는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초신경 자가면역 질환에는 IVIG가 인정되면서 뇌염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인 기준 그대로 적용… 검사할수록 적자
문제의 핵심은 ‘어른의 잣대’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는 증상 표현이 어렵고, 검사·치료 방식도 성인과 다르다. 그러나 건강보험 기준은 사실상 성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최 회장은 “아이에게 맞는 진료를 하면 부당청구로 몰리고, 기준을 따르면 적절한 치료를 못 한다”며 “문제는 현장이 아니라 제도”라고 했다.
이 같은 구조는 수가에서도 드러난다. 2025년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X-ray는 평균 4만~9만 원 수준에서 제한 없이 청구된다. CT는 약 60만 원, MRI는 70만 원대다. 반면 사람 아기의 전신 X-ray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에 묶여 있을 뿐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 삭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은 “말도 못 하는 아기를 달래가며 최소한의 방사선으로 촬영하는 의료진의 노력 가치가 반려동물 검사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아이 의료의 가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문제”라고 했다.
기본 진료에서도 적자 구조는 반복된다. 영유아 소변검사에 필수적인 ‘소변주머니’는 건강보험에서 ‘산정불가’로 분류돼 비용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그는 “패치가 잘 떨어져 한 아이에 여러 개를 써야 하는데, 최근에는 검사비보다 재료비가 더 비싼 상황”이라며 “검사를 제대로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어린이병원 신설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새 병원을 지어도 채울 의사가 없다”며 “기존 소아병원이 무너지면 지역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축보다 현재 버티고 있는 병원을 살리는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해법은 ‘소아 기준’… 독립 급여·전담 조직 필요
협회는 해결책으로 ▲소아 독립 건강보험 기준 신설 ▲아동 건강권의 법적 보장 및 재정 지원 근거 마련 ▲보건복지부 내 전담 조직 신설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소아 진료는 불가항력적 변수가 큰데도 결과만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아이를 위한 제도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어린이날의 의미는 하루의 축하가 아니라, 365일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아이들이 응급실을 전전하지 않고, 아플 때 바로 소아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며 “소아의료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할 정책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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