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불만이던데… 음경 크면 성 만족도 올라갈까요?”

[민권식의 성의학바이블]

남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40대 남성이 음경 확대술을 받고 싶다며 내원했다. 이미 음경 확대를 한 상태였다. 재수술의 이유를 물었더니, “아직도 가늘고 작다… 부인도 불만스러워한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근본적으로 드는 궁금증이 있다. 과연 음경이 크면 성적으로 '강해질'까? 질 점막 하부에는 신경말단이 있다. 음경이 굵거나 길면, 더 강하게 압박 또는 신장되기에 의학적으로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신경말단이 가장 치밀하게 분포돼 있는 질 부위는 질 입구로부터 약 4~5cm 위치의 질 전벽이어서 사실 길이가 크게 상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중동에서 실시한 온라인 성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67.2%가 “음경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중 40%는 굵기가, 40%는 길이와 굵기 모두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 카메룬, 중국, 뉴질랜드의 여성들도 평균보다 다소 긴 음경의 남성을 더 매력적으로 여겼다. 다만 이 조사는 성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개인적인 선호도에 대한 조사인지 알 수 없으며, 종교나 문화적 영향 강할 것으로 보인다. 성 상대에 따라 여성들의 선택이 다르기도 했다. 오래 사귈 남성에 대한 선호도는 음경의 크기와 무관했다.

음경의 크기가 여성의 성적 선호도, 혹은 만족도와 상관이 없다는 논문도 있다. 성학자 마스터스와 존슨은 “음경 크기가 여성의 성적 만족에는 큰 영향을 안 준다”고 했다. 질은 아이의 머리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탄성이 좋다는 게 이유다.

규칙적으로 성관계를 하는 커플에서 음경 길이가 8~20cm인 파트너에 따른 여성의 성적 흥분과 만족도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됐다. 네덜란드 여성의 음경 크기 선호도에서 길이는 20%에서 중요하지만, 77%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굵기는 33%에서 선호한 반면, 49%에서는 상관없다고 했다. 미국 5만2000명의 남녀 조사 결과에서는, 여성은 84%에서 파트너의 음경 크기에 만족했지만 14%에서는 더 큰 음경을 원했다. 각 나이별로도 유사한 비율을 보였다.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33%에서 음경의 굵기가, 21%에서는 음경의 길이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길이나 굵기 모두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체코 여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음경 크기는 성적 만족도와 상관이 없었고, 성적 쾌감에 대한 성교육을 받은 경우에 성적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그리고 여성은 성적 만족을 위해 사랑, 관계 및 감정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음경 크기에 대한 다수 논문의 체계적인 분석 결과, 성적 만족도가 음경 크기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비과학적인 연구 방법 ▲개인의 성적 만족 기준의 차이 ▲상반되는 결과 ▲커플 관계나 사회심리적 요소 등을 배제한 연구 방법 등을 볼 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특히, 질의 압박이나 신장에 비례해서 성적 자극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음경 크기에 대한 만족과 관련 과학적 연구가 없는 상태다.

환자에게 “이미 확대 수술을 하고 또 하려는 것은 결국 효과가 없었다는 뜻 아니냐”고 물었더니, 결국 “확대 수술 후에도 아내의 성관계 회피나 불만이 해소되지 않아 한 번 더 시도하려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효과도 없는 수술에 돈을 쓰느니 그 돈은 부인을 위해 쓰시고, 진심으로 성과 무관한 친밀감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