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운 ‘정액 검사’를 집에서 쉽게? 요즘 핫한 ‘정자 관찰 키트’ 신뢰해도 될까

입력 2025.03.07 21:03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정자관찰키트
정찰관찰키트 사용 후기 사진/사진=정찰관찰키트 판매처 캡처
최근 정자 움직임, 정자 유무를 집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정자 관찰 키트(정자검사키트)’가 화제다. 가격은 2만 원 내외로 병원 검진보다 쉽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대부분 정액을 보관하는 투명판, 스틱, 고배율 렌즈로 구성돼 있다. 사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액을 채취한 후 스틱으로 정액 1~2방울을 투명판에 올린다. 자신의 스마트폰 렌즈에 500~600배 고배율 렌즈를 부착한다. 정액을 담은 판을 렌즈에 가까이 댄 후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정자 상태를 확인하면 된다. 정말 이 방법으로 ‘정확한 검사’가 가능할까?

정자관찰키트는 지난 2009년 국립 타이완대학이 ‘정자 움직임을 측정하는 가정용 키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발했다. 이후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사용됐다. 고려대구로병원 문두건 교수는 “미국은 땅이 넓어 병원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번거로우며, 일본은 의료비가 비싸 병원 검진에 대한 장벽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정자관찰키트”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국내로 들어와 상품화됐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정자관찰키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정자관찰키트/사진=정찰관찰키트 판매처 캡처
정자관찰키트로 정자를 확대해 관찰하고, 움직임을 살필 수 있는 것은 맞다. 대구코넬비뇨기과 이영진 원장은 “정자관찰키트로 정자의 유무, 정자 운동성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자와 움직이지 않는 정자의 비율을 확인해 운동성을 파악한다”고 했다. 정자의 절반 이상이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정자의 운동성이 좋은 것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자는 앞으로 나가려는 특성을 보인다. 이 원장은 “정자 상태는 자기 관리의 결과물이다”며 “몸 관리를 잘하면 정자 상태가 좋지만, 정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정자관찰키트를 사용하면 병원을 방문해 복잡한 정자 검사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인기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문두건 교수는  “병원에서는 정자 검사를 위해 3일 이상 금욕을 필수로 권하고, 외부에서 스스로 정액을 배출하는 행위를 하는 등 과정을 거치게 하는데, 이를 어색하게 생각하는 남성이 많다”고 했다. 실제 정자관찰키트 판매처는 병원에서 겪는 불편한 과정들을 생략한 채 집에서 편안하고 간편하게 정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다만,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꼭 비뇨기과를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정액의 양 ▲정자 수 ▲기형 정자의 유무 ▲임신 가능 정자 수 등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영진 원장은 “관찰키트에 100% 의존하면 안 된다”며 “특히 난임 고민이 있거나, 음낭‧고환 관련 질환을 앓았던 사람들은 병원에서 검사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두건 교수는 “관찰키트가 화제성이나 상품 가치는 있지만, 한두 번 체험으로만 사용하라”며 “관찰키트 검사 결과를 주관적으로 판단해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한 정자를 갖고 싶다면 금연‧금주는 필수다. 또한 운동을 충분히 하고 과일‧채소를 통해 다양한 비타민, 엽산 등의 영양성분을 섭취해야 한다. 이영진 원장은 “결혼이나 임신을 앞두고 있다면 최소 3개월 전부터 건강 관리를 꼭 해야 한다”며 “정자가 생성되기까지 3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근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가 들어 있어 정자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세 줄 요약!
1. 최근 정자 움직임, 정자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정자 관찰 키트’가 화제.
2. 정자 관찰 키트로 대략적인 정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음.
3. 정자 관찰 키트는 정확한 검진은 불가능하며 난임‧생식기 문제가 있는 남성들은 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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