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조르고, 내동댕이 쳐 피 철철"… 남친 폭력에 스스로 목숨 끊은 20대 女, 무슨 사연?

입력 2025.01.15 15:58

[해외토픽]

키에나 도스의 평소 모습과 폭력으로 피 흘리는 모습과 남자친구의 사진
​영국 여성 키에나 도스(23)는 남자친구 라이언 웰링스(30·가운데)의 교제 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사진=더선
교제 폭력(데이트 폭력)을 휘둘러 여자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영국 남성이 지난 13일 살인 무혐의 판결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더선은 지난 14일 동화 같았던 로맨스가 악몽으로 끝난 영국 커플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랭커셔주에서 미용사로 일하던 키에나 도스(23)는 지난 2022년 7월 남자친구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나는 살해당했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키에나는 2020년 1월 오빠를 통해 두 자녀의 아빠인 웰링스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웰링스는 키에나를 만난지 일주일 만에 키에나의 얼굴과 이름을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겼다. 키에나는 그의 이런 행동을 보고 '동화' 같은 로맨스가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둘은 다음 달 약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웰링스가 본색을 드러냈다. 세 달 후인 5월 웰링스는 질투,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며 키에나를 죽이겠다며 위협했다. 웰링스는 전처를 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있는 사람이었다. 또 웰링스는 키에나에게 바람을 피웠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며 의자를 던지고, 키에나를 던져 바닥에 내동댕이 치기도 했다. 이후 2021년 2월 키에나가 임신해 배가 부르자 웰링스는 "뚱뚱하다"며 놀리기 시작했고, 온라인상에서 모르는 여성을 만나 만남을 가졌다. 키에나는 경찰 진술에서 "웰링스는 SNS로 여러 여성들과 얘기하며 바람 피웠다"며 "(나는) 매일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말했다. 키에나는 이런 일들로 자살 충동을 느껴 3주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일련의 폭행 사건들로 인해 키에나는 총 네 번이나 경찰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2022년 7월 키에나는 친구가 목욕하는 동안 친구의 집에 9개월 된 딸과 메모를 남긴 채 사라졌다. 이후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메모에는 "모든 게 끝이다. 나는 열심히, 오래 싸웠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나는 살해 당했다. 라이언 웰링스가 나를 죽였다"라고 써있었고, 딸에게 너를 놓아줘야 한다며 사과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한편, 웰링스는 키에나가 사망하고 한 시간 뒤에 뉘우치는 기색 없이 SNS에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서 그는 선글라스를 낀 채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 시간 전에 살인 혐의를 받게 됐지만, 다 엿 같은 소리다. 키에나는 딸을 버리고 간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라이언 웰링스는 살인 혐의에 대한 판결을 받기 위해 끌려 가는 동안에도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키스를 날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연인에게 가학적인 성향이 있는지 미리 알기는 어렵다. 가학성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병적인 성격 특성을 말한다. 가학성이 있는 사람은 연애할 때 상대를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가학성은 대개 타고나지만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고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교정될 수도 있다. 정신 질환이나 인격 장애가 가학성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인 관계를 형성하기 전 상대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보인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교제 폭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심리 현상을 하나 꼽는다면 '남 탓'이다. 남 탓은 심리학적으로 투사라고 보는데, 성폭행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를 사유로 피해자의 짧은 옷을 꼽는 게 단적인 예다. 평소에 남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이별에 의한 좌절, 슬픔, 분노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다가 교제 폭력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연애를 시작할 땐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에게 알리고 서로 소개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 주변인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돕고,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상황에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제 폭력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려는 경향이 있는데 주변의 지켜보는 눈이 많다면 그게 어려워질 수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