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폭력으로 장애 얻었지만"… 패럴림픽 美 양궁선수로 출전, 극복 과정 보니?

입력 2024.08.29 14:53

[해외토픽]

오토가 활 쏘는 모습, 교제 폭력 사건 후 입원 중인 모습
트레이시 오토(28)는 교제 폭력으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고 패럴림픽 양궁 국가대표가 됐다./사진=BBC 스포츠
전 남자 친구의 교제 폭력으로 얻은 장애를 극복하고 패럴림픽 양궁 선수가 된 미국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BBC 스포츠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미국 양궁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트레이시 오토(28)의 사연을 전했다. 오토는 지난 2019년 10월 자택에서 전 남자 친구에게 공격받았다. 같은 해 9월에 헤어진 전 남자 친구는 고성능 공기총과 칼, 수갑을 들고 오토의 집에 침입했다. 그는 오토를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공기총과 칼로 오토를 공격했다. 가해자는 몸이 마비된 오토에게 성폭행까지 저지른 후에야 경찰에 자수했다. 2023년 1월 가해자는 폭행을 동반한 강도, 살인 미수, 성폭행, 상해 혐의로 40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이후 오토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슴 아래로 몸이 마비된 상태였기에 팔과 손의 사용이 제한됐고, 휠체어를 타야 했다. 총에 맞은 왼쪽 눈도 잃었다. 몸 내부에도 여러 기능적 문제가 생겼다. 체온을 조절할 수 없게 돼 땀이 나지 않았고, 열 배출에 문제가 생겨 온열 질환을 겪을 위험이 커졌다. 횡격막 마비, 장과 방광의 기능 이상 등 신체 전반 장애도 동반됐다. 게다가 뇌가 신체 자극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언제든 발작, 심장마비, 뇌졸중을 겪을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과거 피트니스 모델을 꿈꿨던 오토는 다시 활동적인 삶을 되찾고자 했다. 2021년 3월 오토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생각하다가 즉흥적으로 양궁을 떠올렸다. 현재 남자 친구인 리키는 "(양궁은) 마비된 손으로는 어렵다"고 말했지만 오토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근처에 장애인 양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주일 후 처음으로 양궁에 도전했다. 오토는 특수 설계된 하네스를 착용하고 양궁을 했다. 활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특수 제작된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고, 금속 핀 형태의 장치를 입으로 물어뜯어 화살을 쏜다. 오토는 첫 발에 목표물을 맞힌 뒤 양궁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전국을 돌며 예선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오토는 이번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유일한 미국 여성 양궁 선수로, 올해 초 플로리다 홈그라운드에서 파리행을 확정했다. 그는 "이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빛이 되고 싶다"며 "어둠과 증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토는 교제 폭력을 당한 여성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 때가 많지만, 터널 끝에는 빛이 있다"며 "지금은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에서도 교제 중 또는 교제 이후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 폭력'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교제 폭력의 특징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밀한 연인 관계였다는 점이다. 집 주소는 물론 직장, 인간관계 등 노출된 정보가 많다. 이로 인해 가해자의 접근이 비교적 쉽고, 피해 범위도 넓어진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이었던 남성에 의해 49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미수에 그쳐 생존한 여성도 158명이었다. 이 중 대부분은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발생한 범죄다.

전문가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가학적인 성향'이 교제 폭력 기저에 있는 심리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를 미리 알고 피하는 건 쉽지 않다. 가학성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교정되기도 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나 정신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상대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처음부터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교제 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선 제도와 교육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개인은 연애를 시작할 때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소개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좋다. 제삼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왜곡된 판단을 교정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제 폭력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주변에 지켜보는 이가 많다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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