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HIV 감염인과 일반인의 수명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시대가 왔다. HIV 감염은 조기 진단·치료를 받을수록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HIV 감염인이 실명으로 보건소에 신고하면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 준다. HIV 감염의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평균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평균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HIV와 에이즈의 차이점은?
HIV는 에이즈(후천적 면역 결핍 증후군)를 일으키는 미생물이다. HIV는 우리 몸에서 전체 면역세포 중 'CD4＋T세포(CD4 양성 T세포)'라는 일부 세포만을 감염·파괴시킨다. 정상인의 혈액을 검사하면 1㏄당 약 1000∼1500개의 CD4＋ T세포가 검출되지만, HIV 감염으로 세포 수가 점점 줄어들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 경우 면역 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못하는 미생물에 의해서도 감염병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기회감염'이라고 하며, 폐포자충 폐렴·식도 칸디다증이 대표적이다.
에이즈는 HIV 감염 환자의 CD4＋T세포 수가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기회감염이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다만 기회감염이 없다 하더라도, CD4＋T세포 수가 200개 이하로 떨어진 상태도 에이즈라고 정의한다. 즉, 모든 HIV 감염인이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국내 HIV 감염의 99％는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최근 4∼6주 사이에 보호되지 않은 성관계를 통해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검사를 권장한다.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항체 검사로, 몸의 면역 체계에 바이러스 관련 항체가 형성돼 있는지를 확인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몸이 바로 항체를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보통 3∼4주 정도 걸린다.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이 매우 적은 경우에는 항체가 좀 더 늦게 생길 수 있어 3∼4주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6∼12주 후 재검사가 필요하다.
-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1일 1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 기존의 약들은 효과가 불충분하고, 약을 끊지 못하고 오래 먹어야 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투여를 시작하자는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료를 빨리 할수록 환자의 예후가 더 좋아진다는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있어 확진 즉시 치료를 시작하자고 권고하고 있다. 확진 당일부터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HIV 감염인이 실명으로 보건소에 신고하면 정부로부터 치료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과거에는 확진된 시점 이후에만 치료비가 지원됐는데, 최근 확진 검사를 의뢰한 날부터 치료비가 지원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 HIV 감염 치료의 목표는?
혈중 바이러스의 증식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의 증식으로 우리 몸의 CD4＋T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파괴가 멈춰진 상황에서는 1년에 100∼150개 정도의 CD4＋T세포가 회복된다.
이를 통해 타인에게 전파될 위험도 훨씬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약을 먹지 않은 감염인의 경우 혈액 1㏄당 바이러스가 10만개에서 많으면 100만개 이상까지도 있다. 그런데 약을 먹으면 혈중 바이러스를 혈액 1㏄당 20개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이 수준에서는 혈액이나 체액에 타인이 노출됐을 때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이 약 10만 배 이상 떨어진다. 그래서 현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혈액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주변에 전파되지 않는다고 본다.
- 1년에 필요한 병원 내원 최소 횟수는?
약을 처음 사용하면 특별한 부작용의 유무를 1∼2달에 한 번 확인하며, 상태가 안정되면 6개월에 1번 정도 병원에 방문해 ▲다른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지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억제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바이러스 억제 여부는 혈액 검사로 확인한다.
- 환자들에게 한마디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절대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다. 발달한 의학 기술과 약제 덕분에, 의료진은 약을 잘 먹으면 건강하게 기대 수명을 다 누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전문가를 믿고 약을 잘 먹고 열심히 치료받으며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