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초기라도 방사선 치료 꼭 받아야 하는 이유는…"

-유방암 치료에 있어서 방사선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방사선 치료는 높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사선을 이용해 인체 내 암세포를 파괴하고 성장을 멈추게 하는 치료다. 방사선을 몸에 조사하면 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필수인 핵산이나 세포막 등에 화학적 변성이 생기는데, 이를 통해 정상세포의 손상은 줄이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 

유방암에 방사선을 적용하면서부터 유방 부분 절제술이 가능해졌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눈에 보이는 유방암을 제거했어도 그 주변에 암세포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가 활발히 적용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유방암을 진단받으면 초기여도 유방 전절제 수술을 했다. 요즘도 영상 장비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세포를 볼 수는 없다. 더불어 방사선 치료 장비가 발전해 부작용을 크게 줄여 과거보다 쉽게 방사선 치료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는?
유방암은 겨드랑이 근처로 림프절 전이가 잘 일어나는데, 과거에는 림프절 전이를 염두에 두고 겨드랑이까지 크게 림프절을 절제했다. 방사선 치료 장비가 좋아지면서 림프절 절제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부위는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림프절 절제를 줄이면 팔이 부어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림프부종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유방암 환자 중에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유방암0기를 비롯해 전 병기에서 방사선 치료를 한다. 초기 암이면 암만 절제하는 유방 부분 절제술을 하는데, 혹시 모르게 남아있을 암세포를 파괴시키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한다. 단, 초기암인데 유방을 모두 절제한 유방 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는다. 림프절 전이가 있는 2기 후반의 경우 림프절 절제를 해야 하는데, 방사선 치료를 통해 수술 범위를 줄일 수 있다.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4기의 경우 방사선·항암 치료를 먼저 한 뒤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한다.

최근에는 유방 절제술 후에 보형물을 넣어 유방 재건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도 보형물을 넣고 바로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유방 보형물을 넣는 재건술을 한다.

-방사선 치료가 유방암 치료율을 얼마나 높이나?
유방 부분 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하면 재발률이 40~50% 감소되고, 생존율도 향상시킨다고 보고돼 있다. 또 림프절 전이가 있는 고위험 환자군에서도 방사선 치료를 추가하면 국소 재발률을 20% 정도 감소시키고 생존율 역시 향상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유방암 뿐 아니라 전체 암의 생존율이 증가하게 된 데는, 정기검진으로 인해 암의 조기 진단율이 높아지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등의 약물 치료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방암 방사선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
먼저 유방암 수술 후 떼어낸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병리 검사를 한다. 방사선 치료는 병리 검사 결과가 나오고, 수술 부위가 회복해서 상처가 아물고, 팔의 운동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이후에 시작하게 된다. 대부분 수술 4~8주 후 시작한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한다면, 항암 치료 2~4주 뒤부터 시작하게 된다.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주 5회 치료를 받는다. 한 번 치료를 받을 때  소요 시간은 10분 전후지만, 방사선이 타깃 부위에 정밀하고 정확하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자세를 맞추고, 미니 CT를 활용해서 내부까지 맞춰보고 필요한 경우 세밀한 조정도 하기 때문에 전체 치료 시간은 좀 더 길다.

-대림성모병원에서 도입한 방사선 치료 장비는 무엇인가?
일렉타사의 선형 가속기 중 최신 기기(인피니티 HD)를 도입했다. 정상 조직에 들어가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하고 암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는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IMRT)과 입체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VMAT)가 가능하다. 세기를 높여서 병변에만 방사선 에너지를 가하고 정상조직은 보호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면 폐와 심장 등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환자가 누워있는 침대가 6개 방향으로 움직임이고 회전이 가능하다.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는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IGRT)가 가능하다. 또한 치료실 내에 설치된 3개의 카메라를 통해 3차원 영상을 구성, 환자의 체표 윤곽에 맞춰 치료 장비와 치료 부위에 좌표의 일치시킬 수 있는 표면유도 방사선 치료(SGRT)를 사용한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 때는 암 병변 위치를 환자의 몸에 직접 잉크 등으로 표시해,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샤워를 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표면유도 방사선 치료(SGRT) 기술로 인해 환자 몸에 직접 표식을 하지 않아도 돼 이런 불편함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방사선 부작용은?
피부염이 가장 흔하다. 햇빛 화상을 입은 정도로 가볍게 생긴다. 피부색이 불그스름하거나 까무잡잡하게 변하기도 한다. 변한 피부색은 6개월이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방사선 치료를 하는 동안과 치료 후 2~3개월은 치료 받은 부위의 피부가 약해져 있어, 피부를 자극하는 조이는 옷이나 사우나 등은 금지해야 한다.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방사선으로 파괴된 세포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쓰고, 치료 받으러 매일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피로감을 유발하기 때문. 그러나 피로는 환자마다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 중에는 심한 운동 등은 삼가야 한다.

그 외 식욕 감퇴를 호소하거나 식사량 감소 때문에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수술한 쪽의 팔이 붓는 림프 부종도 있다. 다만 최근에는 중요한 림프절만 절제하고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수술 범위가 줄어 팔의 림프 부종 확률은 매우 줄었다.

-유방암 방사선 치료를 '잘'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 
방사선 치료는 계획 단계부터 정밀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어느 부위를 어떤 세기로 방사선을 쏘일 것인지 한 컷 한 컷 다 그림을 그려서 계획을 짜야 한다. 치료실의 방사선 기사들은 계획된 대로 방사선이 들어갈 수 있도록 환자 위치를 정밀하게 맞춰 정확한 치료가 되게 해야 한다. 환자가 안전하게, 기대한 대로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도 관리(QA· Quality Assurance)’도 철저히 해야 한다. 환자가 마음 편안하게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케줄이 바쁘게 돌아가는 대학병원에서는 마음 편하게 방사선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대학병원보다 여유로운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편안하게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할 계획이다.

-유방암 방사선 치료 때 환자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유방암 방사선 치료 때문에 특별히 금지할 것은 없다. 식사를 달리 해야 한다든지,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든지 할 필요가 없다. 특별히 무엇을 먹어야할 필요도 없다. 암에 걸리면 사공이 많아진다. 뭐가 좋다 나쁘다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주치의를 믿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간혹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온열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방사선도 일종의 열 손상인데 온열치료까지 받으면 더 악화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유방암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 말씀 
과거 방사선 치료 후 고생한 경험이 있는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기피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방사선 치료 부작용이 많이 줄었다. 방사선 노출에 대한 과도한 걱정도 있다. 그러나, 신체 일부에 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것은 병의 치료를 위해 받는 것이고, 암 치료에 쓰이는 방사선이 고선량인건 맞지만, 신체의 작은 부분에 맞는 것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방사선 치료는 이미 수십 년간 전세계적으로 매우 많은 사람들이 받고 있으며 암 치료 결과와 부작용에 대해 모두 입증돼 있다. 방사선 치료로 인한 이차암 발생 보고도 있지만 이건 매우 드문 일이다. 암 치료에 방사선 치료가 꼭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김주리 센터장은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상계백병원, 제일병원, 일산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대림성모병원 방사선종양센터장이자 유방암병원장으로 유방암병원을 이끌고 있다. 전국에 방사선종양학과가 있는 병원은 100여군데 밖에 없는데, 주로 여성암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방사선종양센터 세팅을 담당해왔다. 방사선 장비 선택, 의료 인력 구성, 치료 프로세스, 정도 관리 등 김 센터장이 직접 만들었다. 유방암 치료에서는 특히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같은 중년 여성이면서 환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좋아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환자가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센터 내 직원 교육도 철저히 한다. 방사선 치료를 암 뿐만 아니라 암 수술 흉터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 방사선을 이용해 울퉁불퉁한 켈로이드 흉터를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