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러닝 관련 키워드(러닝, 런닝, 런닝화, 러닝화)의 네이버 검색량이 2018년 3월 약 4만 건에서 2024년 3월 약 9만 건으로 2배로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러닝'을 태그한 게시물은 354만 개다. 하지만 관심도가 빠르게 올라가다 보니,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각종 정보가 난무해졌다. '무조건 미드풋 착지가 좋다'는 잘못된 정설까지 생겼을 정도. 러너들의 달리는 동작을 분석해 운동 처방까지 내려줘, ‘러너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남정형외과의원 남혁우 원장을 찾아 '달리기 부상'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남정형외과의원 남혁우 원장./사진=남정형외과의원 제공
-'달리기 부상'은 어떻게 정의하는지? “1주일 이상 달리기를 쉬었는데도 통증이 지속될 때 '달리기 부상'으로 진단한다. 이땐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회복될 가능성이 작으므로, 근처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간혹 뼈가 부러지는 피로골절이 생겼거나, 무릎 연골판에 손상을 입은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달리기로 어떤 부상을 가장 많이 입나? “▲러너스니(대퇴슬부 동통증후군) ▲장경인대증후군 ▲신스프린트(정강이 부목) 순으로 가장 흔하다. 남정형외과에 2년간 내원한 3000명의 달리기 부상을 분석한 결과다. 러너스니는 여성에서, 장경인대증후군은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러너스니는 무릎뼈 주위 인대조직에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다리 안쪽과 바깥쪽 근육량에 차이가 있거나 골반이 많이 흔들릴 때 무릎 앞쪽 압력이 높아지면서 생긴다. 장경인대증후군은 골반 바깥쪽부터 종아리뼈 바깥쪽까지 이어지는 장경인대가 마찰을 일으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무릎 바깥쪽이 아프다. 신스프린트는 보폭이 너무 넓거나 속도를 많이 높였을 때, 정강이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강이뼈와 주변부에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달리기 부상은 주로 초보자에서 많이 발생한다. 초보자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6개월 미만이고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으로 봤다.”
-달리기 부상이 생기는 원인은? “주된 원인은 오버 트레이닝이고, 그다음이 잘못된 자세다. 환자 1439명을 분석했을 때, 달리기 부상 원인 1, 3위가 오버트레이닝이었다. 1위는 거리를 늘려서(28.5%), 2위는 잘못된 자세로 뛰어서(20.0%), 3위는 속도를 높여서(17.3%)였다.”
-오버 트레이닝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주관적인데, 본인이 하던 평균 운동량에서 10% 이상 이탈할 때를 보통 오버트레이닝으로 본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초보자라면 주 3~4회 달리면서 안 아플 정도로만 뛰면 된다. 뛰고 나서 이틀 정도는 몸이 아플 수 있는데,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달릴 때, 어떤 자세를 주의해야 하는가? “부상이 생길 요소가 많은 자세로 뛰어도 달리기 부상이 생길 수 있다. 특정 부위에 체중의 3~8배에 달하는 부하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가 전방으로 너무 기울어지면 압력이 발 쪽으로 모이고, 너무 세워지면 무릎이나 허벅지로 충격이 올라오는 게 대표적인 예다. 골반의 좌우 균형이 맞는 것도 중요하다. 또 보폭을 너무 늘리면, 체중의 중심보다 발이 먼저 떨어져 부상 위험이 커진다. 거북목 자세, 허리 과신전 등도 주의해야 한다. 형이상적으로 완벽한 자세는 없다. 꾸준히 달리다 보면 상하체 조화가 부드러워지고 부상이 없어지는데, 그 자세가 개인에게 가장 적합하고 올바른 자세다.”
-달리기 부상을 피하려면 '미드풋' 착지를 해야 한다던데, 사실인가?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안전한 착지는 없다. 발 어느 위치로 떨어지든 부상은 생길 수 있다. 발 가운데로 착지하는 미드풋 착지와 뒤꿈치로 착지하는 힐 착지를 비교한 연구가 매우 많은데, 결론적으로 두 착지 사이 달리기 부상과 속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 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땐, 오히려 미드풋 착지하려다가 부상을 입고 내원한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착지 형태에 따라 부상이 잘 생기는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 미드풋 착지 러너는 정강이와 발 쪽, 힐 착지 러너는 무릎과 허벅지 쪽 부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달리기 부상으로 내원했을 때, 어떻게 치료하는지? “우선 소염치료와 재생치료로 나뉜다. 소염치료는 급성기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다. 달리기로 과사용된 부위엔 염증반응이 발생하는데, 소염치료로 과한 염증 반응을 조절해 통증을 가라앉히고 조직 손상을 억제할 수 있다. 이후 근육과 인대의 재생을 돕는 재생치료를 한다. 재생치료로는 프롤로 주사, 체외충격파 치료 등이 있다. 급성기가 지난 달리기부상은 자연노화와 비슷한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 혈류 개선, 세포 재생력 증가에 주안점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 프롤로 주사는 고농도 포도당(10~50%)과 국소마취제 혼합액을 주입하는 것으로, 인위적 염증반응을 일으켜 체내 재생세포와 염증완화물질의 활성화를 초래한다. 체외충격파치료는 신체에 안전한 고충격 에너지를 병변부위에 집중적으로 전달해 관절, 힘줄, 인대 손상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달리기부상 중에서는 러너스니, 장경인대염, 거위발건염,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슬개건염, 햄스트링 손상, 경골과로성 골막염, 비복근손상 등에 치료 효과가 좋다. 달리기에 필요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르게, 대체 운동도 진행해야 한다. 부상 근육에 자극을 주는 것은 피하고, 부상 근육을 돕는 협력근과 반대편에서 작용하는 길항근, 척추 전후면의 코어근, 골반 주변근 등을 강화하면 좋다.”
-달리기 부상 후 언제부터 다시 달려도 되는가? “골절 등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아니라면, 바로 달리기를 병행해도 된다. 다만 상태를 보고 뛰는 주기를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5~7일에 한 번 뛰는 식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잘하려면 심폐지구력과 젖산 역치가 높고 달리기 효율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 3가지 수치는 유산소 훈련을 멈추는 순간부터 나빠지고, 다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달리기를 병행하면 아픈 부위가 나았을 때, 더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3가지 수치는 달리기 외 유산소운동과 인터벌 운동으로도 유지·향상할 수 있다.”
사진=남정형외과의원 제공
-달리기 부상을 예방하는 방법은? “달리기 전 충분한 '동적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트레칭은 정적 스트레칭으로, 약 15~30초 근육을 최대로 늘려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동적 스트레칭은 마치 운동하는 듯 뛰고 반동을 주며 몸을 흔드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발을 번갈아 가며 앞으로 굽혀 걷거나, 무릎을 약간 굽히고 가슴에 닿을 정도로 올리며 앞으로 걷는 것 등이 있다. 몸이 아직 가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적 스트레칭을 하면 오히려 근육이 다칠 수 있다. 영국스포츠의학지에 실린 연구에서 달리기 전 정적 스트레칭은 근력과 순발력을 10% 정도 저하해 오히려 부상 위험을 가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동적 스트레칭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힘과 가동 범위를 높일 수 있다. 달리기가 끝나고 정적 스트레칭을 하면 된다.”
-달리기가 무릎 퇴행성 관절염을 앞당긴다던데, 사실인가? “달리기할 때 흔하게 부상이 생기는 부위가 무릎이라서 생긴 오해다. 이 부상은 관절 손상이 아닌 무릎 주변의 인대와 근육 조직 손상으로, 가역적이라 치료하면 대부분 회복된다. 오히려 2017년 미국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달리기를 즐기는 취미 러너의 관절염 유병률(3.5%)이 일반 성인 관절염 유병률(10.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본화를 신는 러너가 많아졌다. 부상 위험은 없는가? “카본화 속 카본플레이트는 반발력으로 달릴 때 지면을 밀어준다. 하지만 반발력이 생기려면 어느 정도 속도가 있어야 한다. 4~5분 페이스까지는 달려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속도가 나오지 않으면서 달리기 근육이 잘 형성되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발목 종아리 부위에 압력이 상승해 부상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카본화 출시 이후 발목 안쪽 복사뼈에 염증이 생기는 후경골근 건염 유병률이 상당히 증가했다.”
-달리기 부상이 있는 러너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한다면? “달리고 나서 아프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부상이 많을 땐 과도한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달리기보단 대체 운동이나 보강 운동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게 좋다. 달리기는 신체의 가장 약한 부위를 알려준다. 약한 부위를 키우는 보강 운동을 하면서 신체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위기를 몸이 더 강해질 기회로 바꿔나가길 바란다.”
남정형외과의원 남혁우 원장./사진=남정형외과의원 제공
남혁우 원장은...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국군병원 정형외과 과장을 역임하다가, 현재는 남정형외과에서 달리기 부상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남 원장은 달리기에 진심인 의사이자, 러너다. 지난 2012년 부분 마비 증상까지 올 정도로 심한 목 디스크를 앓았다. 당시 할 수 있는 운동이 두 다리를 사용하는 것뿐이라 달리기를 시작했고, 인생이 바뀌었다. 수술 위기였던 목디스크가 완화돼 진료, 운동을 하는데 문제가 없어졌다. 이후 계속 달려 남 원장은 풀코스 마라톤 72회, 철인3종경기 27회를 완주했다. 제주국제울트라 100km 마라톤 단체전에서는 1,2위를 수상한 경력도 있다. 경험을 살려 적극적인 학술 활동도 임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스포츠의학회, 대한슬관절학회, 대한관절경학회, 대한골절학회 정회원으로, 수십 개의 논문을 작성했다. 달리기 부상은 물론 자세, 주법, 장비, 기술 등을 적은 '달리기의 모든 것'을 저술하기도 했다. 부상 당한 러너를 치료하는 데는 더 진심이다. 치료뿐만 아니라 달리는 동작을 분석해 운동 처방까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