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 좀비처럼 변하는 병… '사람 전염' 가능성 제기 충격

입력 2024.04.24 07:30
광록병에 걸린 사슴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
이른바 '사슴 광우병'으로 불리는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 결과가 지난 9일 공개됐다. 사진은 사슴만성소모성질병에 걸린 사슴을 살피는 모습.​/사진=더선 캡처
지난 12월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사슴 수백마리가 '광록병'에 감염된 이래로 병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데, 최근 사람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돼 충격을 안기고 있다.

광록병의 정식 명칭은 '사슴만성소모성질병(CWD)'이다. 주로 사슴이나 엘크 등 사슴류에 감염돼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고 뇌가 파괴되면서 스펀지 같은 구멍이 생긴다. 사슴만성소모성질병에 걸린 사슴은 사람을 덜 무서워하고 얼굴 표정이 사라지며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침을 흘리고 균형감각을 잃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된 사슴을 '좀비 사슴'으로 부르는 이유다. 이 질병에 걸린 사슴은 증상을 보이다가 결국 폐사하는데, 현재 알려진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발생 사례가 확인된 사육장 전체를 살처분하는 것이 유일한 확산 예방법이다.  이런 가운데 사람도 사슴만성소모성질병에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최근 언급됐다.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 최신호에 2년 전에 발생한 사망 사건에서 사슴만성소모성질병 전염 가능성을 다룬 분석 결과가 게재했다. 과거 일부 연구에서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의 인간 감염 여부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지만, 전염 가능성이 극히 낮을 것이란 분석과 함께 실제 사례는 아직까지 알려진 적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텍사스주립대 의대 연구진이 지난 2022년 사슴만성소모성질병에 걸린 사슴을 먹은 사냥꾼 두 명이 이 질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망자 두 명은 발작과 함께 정신 혼란 증상을 호소했다. 한 달간의 치료에도 끝내 사망한 이들은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진단을 받았는데, 감염 배경에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신체와 정신의 기능이 저하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이 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 분자를 통해 감염되며, 사슴만성소모성질병과 마찬가지로 뇌에 구멍이 뚫려 뇌 기능을 잃게 된다. 연구진은 "사망 당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사슴만성소모성질병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이들은 감염된 사슴고기를 섭취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슴만성소모성질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은 국내에서도 발생하는 질병이다. 다만 국내에 사슴 사육 농가가 많지 않거나 규모가 작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질병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