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혈액암 환자, ‘완화의료 상담’ 받으면 불필요한 치료 줄어

입력 2024.04.18 14:49
환자 손을 잡은 모습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혈액암 환자가 전문 완화의료 상담을 받으면 생애말기 공격적이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혈액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완화의료 상담의 역할을 보여주는 국내 최초 연구다.

혈액암은 암이 진행돼 생애 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혈구감소증, 감염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중환자실 치료, 심폐소생술, 신대체요법 시행, 인공호흡기 등 공격적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다. 고형암의 경우 조기에 암 치료와 전문 완화의료 상담을 병행하면 생애 말기 돌봄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혈액암은 전문 완화의료 상담을 의뢰하는 비율이 낮고 대부분 후기에 상담이 진행돼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또한 없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신동엽 교수·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공동 연구팀은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한 혈액암 환자 487명을 대상으로 전문 완화의료 중 하나인 ‘자문 기반 완화의료 상담 서비스’가 생애말기 공격적 의료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상담 서비스는 중증질환자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학제로 구성된 완화의료팀이 전인적 케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분석 결과, 사망한 혈액암 환자 487명 중 입원 기간에 완화의료 상담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32%(156명)로 나타났다. 그 중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 진행이 빠른 환자군, 입원 시점에서 질병 상태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군 등에서 완화의료 상담을 받은 비율이 높았다. 본인이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문서를 작성한 완화의료 상담군과 비상담군의 비율은 각각 34%, 18.4%였다. 사망이 임박한 시기에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비율 역시 완화의료 상담군(34.4%)이 비상담군(19.9%)에 비해 높았다. 연구팀은 “완화의료 상담이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을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비상담군과 완화의료 상담군의 ‘사망 전 1달 이내의 공격적 치료 비율’도 세부 항목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중환자실 치료 56.8%·25.0% ▲심폐소생술 시행 22.4%·3.8% ▲인공호흡기 적용 53.2%·18.6% ▲신대체요법 시행 39.6%·14.7% ▲중환자실에서 사망 50.8%·10.9%로, 비상담군이 모든 항목에서 상담군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환자실에서 사망 비율’은 4.7배가량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나이, 성별 등 인구사회학적 요인과 질병군, 예후인자 등 임상적 요인을 감안해 분석했을 때도 상담군이 비상담군에 비해 사망 14일·1개월 이내 중환자실 입실 확률과 중환자실에서 사망할 확률이 낮게 나타났다.

이밖에 3일 이내로 사망이 임박한 시기에 혈액검사, 영상검사, 비위관(콧줄) 삽입, 혈압상승제 사용 등의 처치를 받은 비율도 완화의료 상담군이 비상담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혈액암 환자에서 빈번히 이루어지는 수혈 횟수 역시 사망이 임박했을 때는 완화의료 상담군이 비상담군에 비해 유의하게 적었다.

연구팀은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이 혈액암 환자의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지원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신동엽 교수는 “혈액암은 고형암과 다르게 질병 특성과 종류에 따라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고강도 치료가 필요해 생애말기 공격적 치료의 비율이 높다”며 “최선의 암 치료와 완화의료를 병행해 생애말기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남은 삶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암 치료 분야 국제 학술지 ‘유럽 혈액 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