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 70대 집안에 13톤 폐기물… 1년 설득해 청소했다

입력 2023.12.19 11:28
부산의 한 70대 노인 집 안에 쌓인 폐기물
물건으로 가득한 집/사진=연합뉴스, 동구 제공
저장강박이 의심되는 70대 어르신을 1년 가까이 설득한 끝에 관할 지자체가 집 안에 있던 폐기물 13t을 수거한 사연이 전해졌다.

오늘(19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올해 초 동구 노인복지관은 복지관에 다니는 한 70대 치매 어르신 A씨를 예의주시해왔다. 평소 다른 어르신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복지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복지관은 동구 복지정책과 직원 등과 함께 A씨의 집을 방문하게 됐다.

2층짜리 단독주택인 A씨의 집을 방문한 이들은 모두 놀랐다. 내부가 폐기물로 가득 차 집 안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동구 관계자는 "2층으로 올라가기조차 어려워 계단에 줄을 걸고 의지해 간신히 올라갈 수 있었다"며 "어르신께 위생 문제로 '집을 치우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스스로 치우겠다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이에 동구 직원들은 A씨에게 쓰레기봉투를 제공해 본인이 치울 수 있도록 독려했다. 쓰레기가 때에 맞춰 집 밖에 버려져 있는지 확인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후 여름이 되자 집안 내부에서 악취가 풍겨왔고 직원들은 A씨에게 재차 물었다. 동구 관계자는 "혼자 치운다고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며 "결국 특정일까지 치우지 않으면 A씨가 구청에 협조하겠다는 각서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폐기물은 치우기도 쉽지 않았다. A씨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청소와 쓰레기 배출을 위한 별도 예산이 필요한 데다가 쓰레기양이 워낙 많아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했다. 동구 관계자는 "자원봉사자 20여 명을 모집한 끝에 지난달 이틀에 걸쳐 청소했다"며 "비용은 구청이 지원하되 A씨와 가족 등이 부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폐기물 버리는 자원봉사자들
폐기물 버리는 자원봉사자들/사진=연합뉴스, 동구 제공
A씨 집 안에서 나온 폐기물은 1t급 트럭 10대 분량으로 모두 13t에 달한다. 동구 관계자는 "가정불화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겹치면서 저장강박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1년 가까이 설득한 끝에 A씨의 집 안을 청소한 것처럼 앞으로도 저장강박 의심 가구를 파악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저장강박증이란 물건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버리지 못하고 모아 두는 강박장애의 일종을 말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인지기능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 중 2~5%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데, 환자는 젊은 층보다 노인에게서 3배 정도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저장강박증은 환자가 병원 진료를 받는 비율이 낮지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