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장암 발병 1위 한국… ‘이 신호’ 있으면 내시경 받아야

입력 2023.11.13 05:00
복통 청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학원생 A씨(32)는 최근 설사와 변비가 일주일 이상 지속돼 장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마침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해라 대장내시경을 추가할까 했지만, 가격을 알아보니 적어도 15만원 이상은 부담해야 해 고민에 빠졌다. 젊은 사람에게 대장암 등 큰 질환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드물다고 들은 데다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대장내시경을 제외한 국가건강검진만 받았다.

#만성적으로 장이 안 좋아, 긴장되는 자리만 가면 화장실을 찾아야 했던 대학생 B씨(27)는 최근 소개팅을 보다가 실수를 할 뻔해 병원을 찾기로 결심했다. 진료를 받았지만 의사도 '과민성 대장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며 내시경을 권하기보단 먼저 식습관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해 보라고 권장했다.

우리나라는 20~40대에게 발병하는 젊은 대장암 발병률 1위 국가다. 지난해 국제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된 미국 콜로라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42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로, 우리나라가 적색육을 많이 먹는 국가로 알려져 있는 미국과 호주마저 제쳤다. 대장암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검사는 대장내시경검사다. 그러나 청년들은 대장 내시경을 받으려면 매우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국가'도 대장암 선별검사를 50세부터 권고하고 있고, 젊은 층 '개인'도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장년층보다 커 증상이 있어도 간과하곤 한다. 실제로 대장암 발병률도 장년층이 훨씬 높다 보니 '의사'조차 청년층에게는 중증질환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미국외과저널에 실린 연구에서 50세 이상 대장암 환자는 첫 증상이 나타나고 진료를 받기까지 평균 29.5일이 걸리지만, 50세 미만은 평균 217일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권광안 교수는 "젊은 환자 중에서도 대장암, 염증성장질환 등 중증 장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많아, 설사나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길 권장한다"며 "특히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꼭 받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나라 청년, 대장암·염증성장질환 등 중증 장질환자 늘고 있어
청년들의 장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대규모 역학연구에서 최근 20여년간 50세 이상에서 대장암 발병률은 감소했는데, 50세 미만에선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20년 대한장연구학회 염증성장질환 팩트시트에서 최근 10년간 청년층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됐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에서 2021년 염증성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20세부터 49세 환자가 51.3%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염증성장질환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뉘는데,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 염증이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질환이고 크론병은 구강부터 항문까지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권 교수는 "실제로 현장에서도 젊은 층 환자가 늘어난 게 느껴진다"며 "변비, 설사, 복통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고, 염증성장질환 대장암 등 중증 질환 환자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뱃살있는 20~40대 남성, 대장 건강 주의해야
젊은 환자의 장 건강이 나빠진 이유는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한 '대사증후군' 발병 증가다. 대사증후군은 ▲복부 비만 ▲높은 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총 5가지 중 3가지 이상 해당할 때 진단된다.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무려 20%나 증가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참여한 국내연구팀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50세 미만 환자를 대상으로 대장암 발병 위험을 분석했더니, 5가지 항목 중 해당하는 게 늘어날 때마다 위험도가 7%, 13%, 25%, 27%, 50%로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복부비만'이 가장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드러났다. 허리둘레가 남성은 100cm 이상, 여성은 95cm 이상일 때 심한 복부비만으로 보는데, 이때 복부 비만이 없는 사람보다 젊은 대장암 위험도가 무려 53%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40대 남성'이 위험하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연구팀이 최근 10년간 한국인의 비만 유형에 따른 유병률 변화를 평가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20~39세 남성에서 뚜렷하게 10년간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2021년에 공개한 자료에서도 30~40대 남성의 대사증후군 증가율이 뚜렷했다. 30대 남성은 4명 중 1명, 40대 남성은 3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50세 미만도 국가에서 대장내시경을 권장하면 좋겠지만, 아직 사회적 비용 대비 사망 감소 효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강북삼성병원에서 대장 내시경검사가 50세 미만에서도 전반적인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학계에선 대장암 위험도가 높은 45세 미만을 선별해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만성설사·혈변·체중 감소 등 증상있으면 검진보단 진료받아야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대장 내시경을 꼭 받아보는 게 좋을까? 권 교수는 "빈혈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혈변이 나올 때, 2주 이상 설사나 변비가 반복될 때, 의도하지 않은 급격한 체중 감소가 나타날 때는 암, 염증성장질환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며 "검사를 했을 때 두 질환이 아니라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되곤 한다"고 했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 중 배변 습관 등에 변화가 보인다면 꼭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안전하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조기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걸 권장한다.

증상이 있을 땐 건강검진에 대장 내시경을 추가하기보다, 먼저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예방 개념인 건강 검진을 통해 대장 내시경을 받으면 실제로 궤양, 용종 등 병변이 있어야 실비보험 처리가 된다. 그러나 의사 소견을 받고 대장 내시경을 받으면 혹여 대장 내에 문제가 없더라도 보험 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장 건강이 걱정된다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생활 습관 교정이다. 권 교수는 "대장 건강은 식습관, 생활 습관 등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며 "금주, 금연은 물론 고지방식이, 단당류 식이를 피하고, 신체 활동량은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섭취하는 총칼로리가 높으면 대장암 위험이 커진다. 또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과 소, 돼지 등 적색육보다 생선, 닭고기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섬유소와 칼슘을 충분히 섭취한다. 빈번한 항생제 복용은 피해야 한다. 권 교수는 "과도한 항생제 복용이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켜 장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