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고소한 ‘전’… 본능적으로 끌리는 거였다 [주방 속 과학]

입력 2023.10.01 14:00
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명절 추석이 돌아왔다. 추수기를 맞이해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추석에는 어느 때보다 상을 크게 차려 맛있는 음식을 즐기곤 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코를 사로잡는 것은 보통 '전'이다. 도대체 전은 왜 이렇게 식욕을 자극하는 걸까?

◇기름 맛, 본능적으로 끌려
기름 덕분이다. 전은 팬에 기름을 두른 뒤, 여러 재료와 부침가루나 밀가루, 물을 섞어 만든 부침 반죽을 얇게 눌러 앞뒤를 모두 익혀내 만든다. 덕분에 반죽 전반에 기름이 고루 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기름에 끌린다. 진화학적으로 보면, 기름의 주성분인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 등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두 배나 돼 궁핍하게 살았던 원시 인류에게 매우 필요한 영양분이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1g에 4kcal를 내지만, 지방은 9kcal나 생성할 수 있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영양분에 본능적으로 끌리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최근엔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미국 콜롬비아대 주커만연구소 연구팀이 장에서 지방을 감지해 뇌에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를 발견했다. 두 종류였는데, 한 종류는 지방, 당, 아미노산 등 필수 영양소 모두에 반응했고, 다른 종류는 오직 지방에만 반응했다. 우리 몸에서 특히 지방을 중요시 여긴다는 증거다. 장에서 지방을 감지한 뒤 보낸 신호는 설탕에 반응하는 뇌 부위에 전달됐다. 설탕이 속하는 탄수화물은 우리 몸이 가장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주 에너지원이라서 먹을 때마다 쾌락 호르몬이 나오는 시스템을 자극한다. 신경학적으로 우리는 단맛과 기름진 맛에 끌리는 것이다.

게다가 음식에서 향을 내는 휘발성 성분은 대체로 수분보단 기름 성분인 지방에 잘 녹는다. 전에서 기가 막히게 맛있는 냄새가 강하게 나는 이유다.

◇전 속 탄수화물과 단백질, 풍미 높여
풍미는 미각과 후각이 합쳐져 작용한다. 전의 풍미가 뛰어난 이유는 기름 맛뿐만이 아니다. 만드는 과정 중 후각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120도 이상의 온도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연쇄 반응을 거친다.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하는데, 이때 특별한 향을 내는 화학물질들이 많이 생성된다. 1000여 개의 향이 만들어지는데, 대표적으로 팝콘 향이 있다. 탄수화물 독자적으로도 온도가 올라가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캐러멜화 반응이 일어난다. 전의 기본 재료인 밀가루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모두 들어가 있어 두 가지 반응이 전부 일어난다.

◇맛있었던 경험, 향수 불러내
전을 먹었을 때 파삭하고 씹히던 기억도 추석에 전을 기다리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이 기억은 식감으로 생긴 것인데, 전의 바삭한 식감은 밀가루, 물, 열이 만나면서 형성된다. 밀가루 속 단백질인 글루텐은 물과 만나면 얇고 탄력 있는 막을 형성한다. 팬에 이 반죽을 올리면 막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고, 빠져나간 자리에는 구멍이 생긴다. 이렇게 구멍이 많이 생긴 다공질 구조가 바삭한 식감을 만든다. 두께가 얇은 가장자리일수록 다공질 구조가 생길 가능성이 커, 더 바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