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내 집에서 소변보는데 왜 돈 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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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
대학병원 교수로 그리고 비뇨의학과 교수로 살다보니 희로애락의 드라마 속에서 정말 많은 환자를 만난다. 그러던 어느 날 척수손상 후 휠체어를 탄 한 환자분이 던진 한 질문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내 소원이 무엇인지 아세요?” 난 당연히 다시 일어나 걷고 사고 전처럼 사는 것 일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 분의 소원은 오늘도 그 분을 괴롭히는 소변 문제에서 해결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신경인성방광은 치료받지 않으면 안되는 질환이다.

이분척추증, 다발성 경화증, 척수손상 후 혹은 알츠하이머 등의 신경학적 질환을 가진 후 소변 마려운 느낌이 명료해지지 않거나, 소변 배출이 불완전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방광이 가득 차게 되면 신장에 과도한 압력이 전달되고 소변이 새는 일이 생긴다. 요실금이 지속되고 요로감염이 멈추질 않는다. 요로결석이 생기거나 방광내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하기도 한다. 진단 후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가 시작되어야 요로감염의 빈번한 재발을 막고, 신장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국내에 하나뿐인 신경인성방광 클리닉, 왜 여전히 하나뿐인가?

그 날 이후 난 이 분들의 이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클리닉을 열었다. 30분 진료를 원칙으로 했고 휠체어 타고 오는 분들만 올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소변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상 그 자연스러운 일이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신경인성방광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그러하다. 종종 치료와 자가 도뇨 교육을 진행하면서, 환자들이 절망적이었던 삶에서 희망을 찾고, 일상을 회복해 고마움을 표현할 때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3년이 된 클리닉은 이제 예약이 꽉 찬다.

“그동안 아내가 소변줄을 삽입하고 있어 무척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용기를 가지고 자가도뇨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번 소변이 새서 외출하기가 꺼려졌었는데, 교육을 받고 도뇨를 시작하니 외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신경인성방광 환자는 배뇨 장애로 인하여 방광이나 요도 등에 감염이 생기거나, 요로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가 주기적으로 의료기구인 “일회용 자가도뇨기구 (자가도뇨카테터)”를 사용하여 배뇨 활동을 하게 된다. 심평원에 따르면, 국내 신경인성 방광을 겪고 있는 환자는 2021년 기준 국내에 약 6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나, 경제적인 이유로 신경인성방광에 대해 진료받고 있지 않은 환자가 이 숫자의 3배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2014년 요양급여를 재정하여 자가도뇨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당시에는 매우 고무적인 변화였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 후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전에 비해 환자들은 병원에서 교육을 받고, 자가도뇨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2023년 가을,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왜 내 집에서 소변보는데 돈을 내야하나?

현실은 이렇다. 10년 전 재정된 급여로 환자들은 소변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한다. 하루 4-5회 정도 자가도뇨카테터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실수해서 버리거나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많은 환자들은 방광의 크기가 작아 하루 7-8회 카테터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 이 환자들은 자기 돈을 고스란히 내고 카테터를 구입해야 한다. 자기 집에서 소변보면서도 이 분들은 돈을 내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값싼 재활용 카테터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넬라톤 카테터는 사용하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초고령시대에 급격히 증가하는 신경인성방광 환자, 그러나 진료할수록 적자.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까?

다른 만성질환처럼 교육, 상담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 (30분 진료해도 1분 진료와 진료비 동일)
당뇨/고혈압/고지혈증 환자의 경우, 질병소개 및 관리방법 등을 알려주기 위한 교육상담료가 요양급여(비급여 포함)로 분류되어 있기에 보건의료전문가로부터 건강관리 등에 대한 교육을 충실히 제공받을 수 있다. 배뇨장애 역시 올바른 치료와 상담 교육이 절실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올바른 의료기구를 이용하여 자가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배뇨장애에 대한 상담수가가 없지만, 상담 수가가 신설된다면 배뇨장애 환자들 역시 다른 만성질환 환자들처럼 건강한 자가관리를 유지할 수 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은 이미 3년전에 상담수가를 신설하고, 전문적인 의료인의 교육 상담을 받고 있다.

10년 전 요양급여 수준을 현실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현재는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3세대 자가도뇨 카테터 사용이 가능하다. 이 친수성 코팅 카테터는 이미 안전하게 코팅이 되어 있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불편감이 낮으며 혈뇨, 통증,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의 비율이 현저히 낮으므로 만족도가 높고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요양급여가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1회용 친수성 자가도뇨카테터가 좋은 걸 알면서도 급여 안에서 사용하기 위해 1세대의 저가형 자가도뇨 기구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있다. 재사용을 하는 경우마저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이나 프랑스는 이제 1세대 카테터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카테터의 성능별로 급여를 차별화하고 있다.

신경인성방광 외래 환자들은 자가도뇨카테터에 대해 요양비 9,000원/1일(1일 최대 6개까지, 2014년 결정)로 지급받고 있으나, 보상금액이 현저히 낮게 책정되어 있고, 10년이 지난 현재는 올바른 카테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친수성 코팅 카테터를 구매하려면 15,000원/일 (6개)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고 등으로 인하여 신체장애가 발생하여, 수반되는 배뇨장애로 인하여 많은 분들이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이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은 환자분들의 어려움을 덜어 드리는데 그치지 않고 환자분들의 삶을 바꿔줄 것이라 믿는다.

(*이 칼럼은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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