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서울 용산구에서 고양이 38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관악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됐다.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앞에 '조류'라는 말이 따로 붙을 정도로 이 바이러스는 포유류인 고양이에겐 꽤 낯선 존재다. 이번 사건은 ▲AI가 조류에서 사람도 속하는 포유류로 넘어왔고 ▲사람과 가까이 사는 고양이에게 퍼졌다는 점에서 차세대 코로나19 등장의 신호는 아닐까 하는 우려를 키웠다. 실제로 AI는 간혹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도 하다. 게다가 고양이 AI 감염은 지난해부터 프랑스, 폴란드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3개국에서 잇따라 보고됐다.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내 고양이 집단 폐사 원인, 오리무중
AI에 의한 고양이 집단 폐사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동물보호소 이야기다. 한두 마리가 먼저 고열과 식욕 부진을 보이다 목숨을 잃었고, 하루 이틀 간격으로 같은 증세를 보이던 고양이 총 38마리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두 마리에서만 고병원성 AI인 H5N1형이 발견됐지만, 38마리 모두 증상이 비슷해 보건당국에선 전부 AI로 인한 사망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나흘 만에 관악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고, 그 중 한 마리가 AI 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가 AI에 걸리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서로 다른 곳에서 꽤 가까운 시일 내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은 AI 바이러스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감염 경로 등은 아직 보건 당국에서 역학 조사 중이다. 그중 가장 유력한 전염 경로는 사료다. 서울 관악구 동물 보호소 내 고양이 사료에서 AI H5N1형 항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은 '네이처스로우'에서 지난달 5일 제조한 '밸런스드 덕'으로, 멸균, 살균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료를 268명의 소비자가 1만 3200개를 구매했다. 사료에 어떻게 AI에 걸린 가금류가 들어갔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서울대 수의학과 최강석 교수는 "AI에 걸린 조류를 고양이가 먹으면 AI에 걸릴 수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철새 등에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마지막으로 보고된 건 4월 중순으로, 문제가 된 제품이 제조된 시기와 약간의 차이가 있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그 중간 고리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야생 조류나 AI 항원이 있는 분변 등에 접촉해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역학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있다"며 "사료로 전염됐을 수도 있지만, AI에 감염된 철새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보호소 창가에 조류 분변이 관찰되기도 했고 용산 보호소는 철새가 많은 한강 변에 가깝기도 하다"고 했다. 고양이간 AI가 전파됐는지도 역학 조사 항목 중 하나다. 아직 고양이에서 고양이로 AI가 옮겨간 사례는 없다.
◇AI, 치사율 줄고 전염성 커져
이번에 고양이에서 발견된 AI H5N1형은 1996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한 바이러스다. 당시엔 강력했다. 조류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십중팔구 죽었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도 있었는데, 치사율이 30%에 달했다. 다만 이번에 고양이에게 감염된 H5N1형은 다른 특징을 보인다. 치사율은 10% 정도로 줄고, 전염력은 강해졌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숙주를 죽이는 치사율은 떨어지고, 전염력은 강해지는 방향으로 변이를 거듭한다"며 "코로나19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역할을 하는 게 AI에선 헤마글루티닌인데, 이 부위가 포유류에 전염이 잘되도록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초기 H5N1형은 2·3·2·1·a나 2·3·2·1·c 계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고양이에게 발견된 H5N1형 변이는 2·3·4·4·b 계통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정황상 아직 걱정할 만큼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강석 교수는 "확실한 건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전파력도 아직은 크게 빠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기로 전파되는 등 전파력이 강했다면 훨씬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고양이가 폐사하는 등 여러 가지 신호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부터 빠른 속도로 활동 범위 넓혀
AI가 점점 사람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도 사람과 가까운 동물인 고양이가 AI에 감염됐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에서 오리 농장 근처에 살던 고양이가 AI에 걸려, 안락사됐다. 지난 6월 말에는 폴란드 13개 지역에서 45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비정상적으로 폐사했다. 검사 결과 폴란드 고양이도 우리나라와 같이 AI H5N1형에 걸린 게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왜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김우주 교수는 "갑자기 생긴 변화가 아니다"라며 "AI도 꾸준히 변이되고, 다른 나라로 유행해 퍼져갔는데 단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I H5N1형의 2·3·4·4·b 계통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전파 영역을 키워왔다. 주로 아시아에서 활동하던 바이러스가 2020년 아프리카, 유럽 국가에서도 많은 야생 조류와 가금류의 사망을 유발했다.
2021년에는 북미로, 2022년에는 중남미로 퍼졌다. 전파력이 향상된 변이인 만큼 AI에 감염된 포유류 사례도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10개국 최소 26종이 AI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그중에서도 특정 변이(PB2 627K)가 생기면 포유류 전파력과 치명률 모두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올해 초 중국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는데, 먼저 폴란드 고양이 폐사 사건에서 고양이를 희생시킨 AI H5N1형은 PB2 627K 변이가 나타난 아형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분석 중이다.
◇사람에게 오려면 한고비 남아… 포유류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적 없어
조류에서 고양이로,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힌 만큼 우려는 커졌다. 정말 AI가 차세대 코로나19가 될까? 아직까진 그럴 가능성은 작다. 최강석 교수는 "아직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AI가 전파된 적은 없다"며 "당장은 사람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김우주 교수는 "아직 가능성은 작지만, 이번 고양이 폐사 사건은 조류에서 포유류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인체 감염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으로, 바이러스 숙주가 사람과 가까운 곳에 있을수록, 바이러스가 증식할수록 사람에 미칠 위험성은 커진다"고 말했다. WHO에서도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 사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방하려면 바이러스 진화에 대한 관찰을 꾸준히 하며, 변이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러 부처와 협동해 AI에 대한 관리·감시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먼저 반려묘가 식욕부진, 기침,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하면 지자체에 신고해 주길 권고한다"고 했다.
◇국내 고양이 집단 폐사 원인, 오리무중
AI에 의한 고양이 집단 폐사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동물보호소 이야기다. 한두 마리가 먼저 고열과 식욕 부진을 보이다 목숨을 잃었고, 하루 이틀 간격으로 같은 증세를 보이던 고양이 총 38마리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두 마리에서만 고병원성 AI인 H5N1형이 발견됐지만, 38마리 모두 증상이 비슷해 보건당국에선 전부 AI로 인한 사망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나흘 만에 관악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고, 그 중 한 마리가 AI 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가 AI에 걸리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서로 다른 곳에서 꽤 가까운 시일 내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은 AI 바이러스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감염 경로 등은 아직 보건 당국에서 역학 조사 중이다. 그중 가장 유력한 전염 경로는 사료다. 서울 관악구 동물 보호소 내 고양이 사료에서 AI H5N1형 항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은 '네이처스로우'에서 지난달 5일 제조한 '밸런스드 덕'으로, 멸균, 살균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료를 268명의 소비자가 1만 3200개를 구매했다. 사료에 어떻게 AI에 걸린 가금류가 들어갔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서울대 수의학과 최강석 교수는 "AI에 걸린 조류를 고양이가 먹으면 AI에 걸릴 수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철새 등에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마지막으로 보고된 건 4월 중순으로, 문제가 된 제품이 제조된 시기와 약간의 차이가 있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그 중간 고리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야생 조류나 AI 항원이 있는 분변 등에 접촉해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역학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있다"며 "사료로 전염됐을 수도 있지만, AI에 감염된 철새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보호소 창가에 조류 분변이 관찰되기도 했고 용산 보호소는 철새가 많은 한강 변에 가깝기도 하다"고 했다. 고양이간 AI가 전파됐는지도 역학 조사 항목 중 하나다. 아직 고양이에서 고양이로 AI가 옮겨간 사례는 없다.
◇AI, 치사율 줄고 전염성 커져
이번에 고양이에서 발견된 AI H5N1형은 1996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한 바이러스다. 당시엔 강력했다. 조류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십중팔구 죽었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도 있었는데, 치사율이 30%에 달했다. 다만 이번에 고양이에게 감염된 H5N1형은 다른 특징을 보인다. 치사율은 10% 정도로 줄고, 전염력은 강해졌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숙주를 죽이는 치사율은 떨어지고, 전염력은 강해지는 방향으로 변이를 거듭한다"며 "코로나19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역할을 하는 게 AI에선 헤마글루티닌인데, 이 부위가 포유류에 전염이 잘되도록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초기 H5N1형은 2·3·2·1·a나 2·3·2·1·c 계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고양이에게 발견된 H5N1형 변이는 2·3·4·4·b 계통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정황상 아직 걱정할 만큼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강석 교수는 "확실한 건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전파력도 아직은 크게 빠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기로 전파되는 등 전파력이 강했다면 훨씬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고양이가 폐사하는 등 여러 가지 신호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부터 빠른 속도로 활동 범위 넓혀
AI가 점점 사람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도 사람과 가까운 동물인 고양이가 AI에 감염됐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에서 오리 농장 근처에 살던 고양이가 AI에 걸려, 안락사됐다. 지난 6월 말에는 폴란드 13개 지역에서 45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비정상적으로 폐사했다. 검사 결과 폴란드 고양이도 우리나라와 같이 AI H5N1형에 걸린 게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왜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김우주 교수는 "갑자기 생긴 변화가 아니다"라며 "AI도 꾸준히 변이되고, 다른 나라로 유행해 퍼져갔는데 단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I H5N1형의 2·3·4·4·b 계통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전파 영역을 키워왔다. 주로 아시아에서 활동하던 바이러스가 2020년 아프리카, 유럽 국가에서도 많은 야생 조류와 가금류의 사망을 유발했다.
2021년에는 북미로, 2022년에는 중남미로 퍼졌다. 전파력이 향상된 변이인 만큼 AI에 감염된 포유류 사례도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10개국 최소 26종이 AI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그중에서도 특정 변이(PB2 627K)가 생기면 포유류 전파력과 치명률 모두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올해 초 중국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는데, 먼저 폴란드 고양이 폐사 사건에서 고양이를 희생시킨 AI H5N1형은 PB2 627K 변이가 나타난 아형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분석 중이다.
◇사람에게 오려면 한고비 남아… 포유류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적 없어
조류에서 고양이로,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힌 만큼 우려는 커졌다. 정말 AI가 차세대 코로나19가 될까? 아직까진 그럴 가능성은 작다. 최강석 교수는 "아직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AI가 전파된 적은 없다"며 "당장은 사람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김우주 교수는 "아직 가능성은 작지만, 이번 고양이 폐사 사건은 조류에서 포유류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인체 감염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으로, 바이러스 숙주가 사람과 가까운 곳에 있을수록, 바이러스가 증식할수록 사람에 미칠 위험성은 커진다"고 말했다. WHO에서도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 사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방하려면 바이러스 진화에 대한 관찰을 꾸준히 하며, 변이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러 부처와 협동해 AI에 대한 관리·감시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먼저 반려묘가 식욕부진, 기침,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하면 지자체에 신고해 주길 권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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