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량지수 앞에서 낙담한 당신에게

입력 2023.06.11 11:00
체중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한 지인이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해보곤 낙담하길래 얼마인지 물었다. 그는 173㎝ 키에 74㎏이다. 24를 넘겼다고 했다(=74/1.732). 의학적으로 과체중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아시아인의 정상 체질량지수를 18.5~22.9로 규정한다. 23 이상은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이다. 대한비만학회 기준도 같다. 그의 낙담은 적절할까. 운동량을 늘릴 기회로 삼으면 되지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비만 역설’과 ‘비만 낙인’
체중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세계적으로 많다. 지역별, 인종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우리가 ‘과체중’으로 규정하는 체질량지수를 가진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낮다. 사망률 그래프는 과체중 구간을 중심으로 대개 U자나 역 J자(J의 좌우가 뒤집힌) 모양을 보인다. 통통한 사람들이 오래 산단 말은 실증적이다.

그런데 ‘과체중 건강론’을 넘어 ‘비만 역설(obesity paradox)’이란 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비만이 만성질환의 주범이라는데, 비만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실제론 높지 않아서다. 당뇨 환자들만 봐도 정상체중일 때 오히려 사망률이 높다. 이런저런 질환으로 인해 체중이 이미 감소한 상태이기 때문은 아닐까. 변수들을 통제하고 분석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역설투성이 이론이라면…
‘역설’이 일반화된다는 건, 우리가 믿는 ‘이론’에 하자가 있단 얘기다. 체질량지수를 비만의 척도로 봐도 될까.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체질량지수는 몸무게와 키 두 가지의 변수만으로 계산한다. 지방이 적은 사람도 근육이 많다면 높은 게 체질량지수다. 활용하기 편하지만, 비만과 만성질환 발병의 척도가 되기엔 허술하다.

3년 전 캐나다의 비만 전문가 단체가 ‘비만 낙인(obesity stigma)’의 폐해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만에 대한 악의적 고정관념과 차별이 사람들의 건강을 망친단 것이다. 이때도 체질량지수가 등장했다. 체질량지수가 비만 관련 합병증을 판단하는 도구가 되긴 어려우며, 임상적 한계도 뚜렷하단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