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블랙아웃… 기억 전혀 안난다면 '뇌 손상'

입력 2023.02.28 13:00
술
기억이 통째로 날아가는 블랙 아웃이 온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 마신 다음 날 같이 술을 마신 사람에게 상황 설명을 들었는데도 아예 없었던 일인 듯 기억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상담받아보는 것이 좋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알코올 치매 바로 전 단계가 알코올성 인지기능 저하이고, 그 전 단계가 블랙 아웃"이라며 "소위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는 블랙 아웃 단계부터 이미 뇌는 손상을 입은 상태다"고 말했다.

◇이미 쌓인 뇌신경 독소, 술 마신 후 통째로 기억 없애
블랙 아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다른 사람에게 상황 정황을 들었을 때 당시가 어느 정도 기억이 나는 '부분 블랙 아웃(partial blackout)' ▲정황을 들었는데도 기억이 전혀 안 나는 '완전 블랙 아웃(en bloc blackout)'이다. 완전 블랙 아웃이 왔다면 전문의에게 진료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대진 교수는 "술 마셨을 때 상황이 통째로 기억나지 않는다면 뇌세포간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신경 수용체인 NMDA에 이상이 생겨 뇌신경 독소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술을 마신다면 뇌세포가 줄고 뇌에 물이 차게 된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인 해마 내에서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작동을 방해한다. 또 신경세포에 독성을 유발해 뇌세포를 파괴한다. 뇌의 이랑(뇌 주름에서 튀어나온 부분)이 평평해지고 빈 곳인 뇌실이 넓어지며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인지,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분인 전두엽도 파괴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지면서 주정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부분 블랙 아웃은 완전 블랙 아웃 전 단계로, 이때부터 음주를 최대한 삼가는 등 음주 습관에 변화가 필요하다.

치료는 최대한 빨리 받는 게 좋다. 한 번 알코올성 인지 장애나 알코올성 치매가 오면 이전 인지기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진 교수는 "치료받더라도 알코올성 치매로 한번 진전됐다면 이전 인지기능의 70~80%, 알코올성 인지 기능 저하가 왔었다면 90%까지밖에 돌아갈 수 없다"며 "블랙 아웃 때 치료받는다면 99%까지 회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돌아가더라도 블랙아웃을 겪었다 인지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물 치료, 행동 치료로 손상 회복 가능
완전 블랙 아웃을 겪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알코올 중독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로 나뉜다. 약물 치료로는 술을 끊도록 돕는 항갈망제, 뇌세포 손상을 막는 뇌세포 활성화 약을 처방 한다. 대표적으로 '날트렉손(Naltrexone)',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 등 두 가지 약물이 쓰인다. 날트렉손은 뇌의 보상회로를 차단해 술을 마셔도 즐거움을 못 느끼게 한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술에 대한 갈망감, 불안감 등을 줄인다. 행동 치료로는 술 섭취를 줄이도록 하는 동기유발 치료, 상담 등이 진행된다.

◇블랙 아웃 예방하려면 적은 양 천천히 마셔야
블랙 아웃을 예방하려면 일단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득이하게 먹어야 한다면 마시는 속도를 줄인다. 블랙아웃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통 혈중알코올농도 0.15%부터 시작한다. 술을 마신 후에는 뇌세포와 간이 회복되도록 72시간 정도는 금주해야 한다. 뇌세포를 활성화하려면 규칙적으로 근력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