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손상된 관절을 로봇 팔이 정밀하게 깎는 기술 오차가 극히 적고 항상 안정되고 일관된 수술결과
故 이춘택 원장이 2002년 국내 처음 '로보닥' 도입 지금까지 1만6000여 건 로봇 수술, 세계 최다 건수 작년 국내 최초 인공관절 수술 로봇 '닥터 엘씨티' 개발
고령화 시대에 증가하고 있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최근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도 로봇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한 해 7만명이 넘는데, 의료계는 약 10%가 로봇으로 수술을 받는다고 추산하고 있다. 인공관절은 환자의 닳고 닳은 무릎 관절을 깎고 정확히 삽입해야 하는데, 로봇은 '일관되고' '정밀한' 수술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최근 전문 병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떠오르는 이유
인공관절 수술은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손상된 기존의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해 새로운 관절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의 손상된 관절을 깎을 때 의사의 손이 아닌 로봇 팔이 뼈를 정밀하게 깎는 수술을 말한다. 뼈를 깎는 것뿐 아니라 수술 전 계획을 세울 때도 미리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환자의 뼈 모양, 위치, 병소의 진행 정도 등을 정확하게 확인한 후 이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 수술 전 3D 가상공간에서 뼈의 위치, 정렬 등을 각 부위별로 점검하고 이 이미지를 통하여 인공관절과 환자의 뼈를 자연스럽게 조합해본다.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로봇이 뼈를 깎기 때문에 정밀하고 손으로 깎는 것에 비해 오차가 적고, 안정적으로 항상 일관된 수술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은 "아무리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 할지라도, 로봇의 정밀성을 일관되게 따라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춘택의료연구소와 이춘택병원은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 수술 로봇 '닥터 엘씨티'를 개발했다. 사진은 이춘택의료연구소 방유석(왼쪽) 연구개발팀장이 이춘택병원 이수현(가운데) 과장, 원정훈 과장에게 닥터 엘씨티의 작동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로봇 인공관절의 선구자 이춘택 원장
국내에서는 경기도 수원의 이춘택병원 故 이춘택 원장이 로봇의 장점을 파악하고 20년 전인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인 '로보닥(ROBODOC)'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1만6000여 건의 로봇 수술을 했으며 이는 세계 최다 수술 건수다. 수술에서 끝나지 않고 중소병원에서는 드물게 자체 로봇 연구소인 이춘택의료연구소를 2005년에 설립했다. 수술 의사의 요구를 로봇에 반영하는 등 임상과 연구를 유기적으로 해오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 수술 로봇 '닥터 엘씨티(Dr. LCT)'를 개발했다. 2002년 국내 최초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성공하고 19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은 "중소병원이 직접 로봇 연구소를 두고, 로봇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연구진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독창적 기술을 가지고 로봇을 개발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20년간 묵묵히 갔고 국산 인공관절 로봇 개발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로봇 관절, 5축에서 7축으로 자유롭고 세밀한 움직임
닥터 엘씨티는 의사와 연구진의 직접 소통을 통해 개발했기 때문에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축적한 1만6000건의 수술 임상데이터가 녹아있다. 윤성환 병원장은 "안전하면서도 최고의 수술 결과를 내기 위해 수술 의사가 무엇이 필요한 지 바로바로 반영을 한 로봇"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기존에 사용하던 로보닥은 로봇 팔 관절이 5축인데 비해 닥터 엘씨티는 7축으로 돼 있어 수술 과정에서 로봇 팔이 보다 자유롭고 세밀한 움직임을 할 수 있다. 윤성환 병원장은 "이는 제한된 공간에서 기존 5축으로는 접근하지 못했던 수술 부위까지 절삭을 가능하게 해 최소침습수술 등 더 특화된 수술을 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로봇 팔의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관절의 절삭 오차를 줄일 수 있게 됐고, 보다 강해진 힘으로 절삭 능력도 높였다.
실제 수술 시간 1시간 이내로 단축
닥터 엘씨티는 기존 로봇에 비해 수술 시간을 단축했다. 로봇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환자의 무릎 CT 촬영을 통해 환자의 뼈 모양·위치·병소 등을 확인하고 이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한 뒤 뼈를 깎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등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수술실에서는 '정합'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합이란 수술 환자의 실제 뼈 위치를 로봇에게 알려주는 과정인데, 닥터 엘씨티는 이 과정을 효율화 해 뼈를 깎는 시간을 줄였다.
지난 추계 대한정형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윤성환 병원장은 닥터 엘씨티로 수술한 40명의 결과를 발표했다. 정합 과정(총 25포인트-대퇴부 13포인트, 정강이 12포인트)과 뼈를 깎는 과정이 기존 로보닥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 실제 수술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었다는 결과였다. 윤성환 병원장은 "뼈의 커팅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의 골질에 따라 커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며 "수술 시간의 단축은 감염 등 외부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환자의 회복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닥터 엘씨티는 다른 로봇과 달리 실제 관절을 깎는 본체와 콘솔(조정용 장치)이 하나로 합쳐져 있어 콤팩트하다. 장비 이동이 편하고, 전선 등이 줄어 수술실 오염 위험이 적다. '완전 자동' 방식인 것도 특징. 사전에 계획된 범위에 따라 로봇 팔이 알아서 뼈를 절삭해주며, 오류가 생기면 자동으로 멈춘다. 수술 의사가 로봇 팔을 잡고 뼈를 절삭하는 반자동 방식의 로봇과 차별화된다. 특정 회사 인공관절 제품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의 인공관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장점이다.
"닥터 엘씨티, 기존 로봇 단점 보완한 첨단기술 탑재"
윤성환 이춘택병원장 인터뷰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때, 로봇의 장점을 알고 뚝심있게 밀고 간 결과 국산 로봇까지 개발하게 됐다."
이춘택병원 윤성환<사진> 병원장의 말이다. 로봇 인공관절은 20년 전만해도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술 과정도 복잡해 보편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故) 이춘택 원장은 로봇 수술은 정확하면서 늘 일관된 수술 결과를 가져와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알고 로봇 수술이 보편화 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2005년에는 병원 내에 이춘택의료연구소를 개설하고 2021년에는 국산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인 '닥터 엘씨티'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간 로봇 수술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피부 절개를 작게 하는 '최소침습술'이다. 윤 병원장은 "원래는 로봇이 수술을 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큰 피부 절개가 필요했는데 로봇 팔의 동작 수정 등으로 큰 절개 부위를 최소화했다"며 "그 결과 수술 부위의 근육 및 연부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 인공관절 반치환술을 성공했고, 로봇을 이용한 관절 절삭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얻었다. 이 시스템은 뼈의 표면을 깎는 양을 조절하고 차근차근 돌려 깎던 방식을 관절 측면에서 바로 뚫고 들어간 뒤 다듬어 나가는 방식으로, 절삭 시간을 25분에서 10분 내외로 단축했다.
2013년에는 정합 시간을 10분에서 약 3분으로 단축, 해당 기술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휜다리 교정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윤성환 병원장은 "닥터 엘씨티는 20년간의 로봇 수술 임상 노하우가 집약된 로봇"이라며 "현재 다른 로봇들의 단점을 보완한 첨단 기술이 탑재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