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개와 벌이 냄새로 잡아낸다

입력 2021.06.02 08:50

고도의 후각으로 순식간에 '양성' 포착... 활용 중인 국가도

코로나19 탐지견
칠레 산티아고 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탐지견이 훈련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를 아주 빠른 속도로 심지어 정확하게 골라낼 수 있는 의외의 방법이 나왔다. 바로 개, 벌 등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도입할 수 있을까? 동물에서 시작된 감염병인데, 동물로 바이러스를 탐지해도 되는 걸까?

◇개, 벌 코로나19 확진자 판별 가능성 90%↑
특히 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칠레, 오스트리아, 핀란드, 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심지어 이미 활용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코로나 탐지견의 정확도는 놀랍다.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냄새 샘플과 음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냄새 샘플을 비교하는 훈련을 몇 주에 거쳐 받은 탐지견의 경우 무려 94~97%의 정확도로 코로나19 확진자를 구분해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진단검사 방법으로 사용되는 ‘횡방향 흐름 검사’의 양성 판별 정확도인 78%보다 훨씬 웃돈다. 심지어 무증상자도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를 계속 지목해 추가 검사를 해본 결과 양성이었던 사례도 보고됐다.

진단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은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빠른 검사로 꼽히는 신속진단검사조차 결과가 나오는데 최소 30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탐지견 한 마리는 30분 동안 백여명을 확인할 수 있다.

탐지견이 공항, 기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도입된다면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태국 방콕 길거리, 핀란드 헬싱키 국제공항, 칠레 산티아고 국제공항, 아랍에미리트(UAE) 공항 등에서는 코로나19 탐지견을 배치하고 있다.

꿀벌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 연구팀은 꿀벌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냄새에 노출될 때마다 설탕물을 주는 방식으로 조건반사적 조절법을 이용했더니 수 시간 만에 꿀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지했을 때 몇 초 내에 주둥이를 내밀었다고 보고했다. 정확도도 약 95% 정도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이 연구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실용화되게 된다면, 훨씬 저렴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단할 수 있어 PCR 검사 등이 제한적인 저개발 국가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뛰어난 후각 능력,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개와 벌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는 개와 벌이 특히 공기 중 화학 물질을 예민하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의 후각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 연구팀에 따르면 개의 콧속 냄새 수용체는 약 3억개 이상으로, 500만개를 가진 인간과 비교하면 상당하다. 후각상피 표면적도, 대뇌 피질에서 후각을 감지하는 부분도 인간보다 훨씬 크다. 고려대 약학과 수의학박사 송대섭 교수는 “개의 후각탐지를 이용해 사람의 질병을 알아내려는 시도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신진대사가 달라지면서 땀 냄새도 달라져 탐지견이 구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탐지견이 전립선암, 방광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을 탐지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꿀벌의 후각도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용되지 못했을 뿐, 절대 탐지견에 뒤처지지 않는다. 꿀벌 전문 수의사 꿀벌동물병원 정년기 원장은 “꿀벌은 후각 능력이 사람보다 100배 더 뛰어나다”며 “3.2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꽃 냄새와 독성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꿀벌을 이용해 지뢰 제거, 폭발물이나 마약 탐지, 암 진단 연구가 진행, 일부 활용되고 있다. 정년기 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도 꿀벌의 본능에 따른 행동을 관찰한다면 실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구체적인 연구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 코로나19 확진자 판별하다가 감염될 수 있어
동물에서 시작된 감염병인데, 동물로 바이러스를 탐지해도 되는 걸까? 인간 이외의 동물이라고 다 같은 전파, 감염 능력을 갖추진 않는다. 해당 동물이 인간과 얼마나 유사한 수용체를 가졌는지, 접근성은 높은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팀 주축으로 이루어진 국제연구진에 따르면 개는 저위험군이다. 꿀벌은 척추동물도 아닌 절지동물이라 개보다도 더 사람으로부터 감염될 가능성도,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떨어진다.

다만 개의 경우 사람과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당연히 감염될 가능성은 커진다. 실제로 감염된 사례도 있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 수가 500만명 정도였을 때 반려동물 감염 사례 약 5건 정도가 확인됐다.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지침에도 “전 세계적으로 적은 수이긴 하나, 고양이와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개가 피해를 입을 상황을 우려한다. 송대섭 교수는 “설사 사람을 통해 감염됐더라도 개가 다시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다만 사람에게서 동물로 전파되는 역인수공통감염병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는 탐지견과 사람의 대면을 막고 땀을 닦은 거즈의 냄새로 탐지하도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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