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식품 0.9% 혼입돼도 ‘Non-GMO’ 표시… 안전성 문제 없나

입력 2021.02.01 17:39

식약처, 0%만 가능하던 ‘Non-GMO’ 표시기준 개정

GMO
0.9% 이하 유전자변형물질 혼입 제품에 ‘Non-GMO’ 표기가 가능해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0.9% 이하의 유전자변형식품(GMO)이 검출되는 식품엔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우리나라 GMO 표시제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경우(0%)에만 ‘비유전자변형식품’, ‘무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 등의 표시를 할 수 있다. 0.9%라도 유전자변형식품이 들어가는 건데 식약처는 왜 Non-GMO 표시를 허용하겠다는 걸까?

◇유전자변형농수산물 0%, 거의 불가능
먼저, 시중에서 팔고 있는 GMO 식품은 모두 수입품이다. 우리나라에선 GMO 식품을 생산하지 않아 국산 농수산물이나 식품엔 따로 ‘Non-GMO’ 표시가 없다. 그러나 수입 식품은 다르다. 원재료가 Non-GMO 식품이라고 해도 공장, 컨테이너 등을 거치는 과정 중 ‘비의도적 혼입’이 가능하다. 식약처는 유전자변형물질이 0.9% 이하 검출되는 식품이라면 실제론 Non-GMO 제품을 의도하고 제작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전자변형농수산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Non-GMO 식품은 현실적으로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 식약처 신소재식품과 관계자는 “Non-GMO 제품 이동 선로가 따로 지정된 게 아니라서 같은 창고나 컨테이너 등을 사용하면 어쩔 수 없이 소량의 GMO 제품이 섞일 수 있다”며 “공장에서도 분쇄기 등을 따로 지정해 놓고 쓰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섞이는 비율을 ‘비의도적 혼입치’라고 부르며 나라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0.9% 이하, 왜 Non-GMO 표시 가능해졌을까?
지금 시행되고 있는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을 따르자 시중에 'Non-GMO'든 'GMO'든 GMO 표시가 돼 있는 제품 자체가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식용으로 GMO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현재 비의도적 혼입치가 3% 이하라면  GMO 식품이라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조항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의도적 혼입치가 아예 0%가 아니면 'Non-GMO'로도 표시할 수 없다(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행정규칙 제5조8항). 식약처 식품표시관리정책과 관계자는 “0% 불검출은 거의 불가능해 현행 GMO 표시제는 오히려 GMO 표시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했다”며 “개정안은 Non-GMO 표시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은 (사)참여하고 행동하는 소비자의 정원(소비자의 정원) 등 시민 단체가 주장했던 방안이다.

식약처는 해당 내용을 담은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28일 행정예고 했고, 3월 29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왜 1%로도 아니고 ‘0.9%’일까?
굳이 왜 1%도 아닌 0.9% 이하로 정해진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유럽연합의 비의도적 혼입치 규정을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 기준은 지난해 12월 'GMO 표시 강화 실무협의회' 논의를 통해 마련됐다. 호주는 1%, 대만은 3%, 일본은 5% 이하의 유전자변형물질 검출을 비의도적 혼입치로 인정하고 있다. 식약처 신소재식품과 관계자는 “검출과정은 식품 공전에 올라와 있는 시험법을 따라 원료의 DNA를 추출해 정량 검사를 통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0.9%라도 유전자변형물질 들어간 건데… 안정성 괜찮을까?
세계적으로 GMO 자체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학한림원(NAS), 미국의사협회, 영국왕립협회 등은 GMO의 유해성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2016년 노벨상 수상자 108명은 GMO의 안전성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또 GMO는 특허 받기 전, 수출할 때 그리고 수입할 때 각국에서 안전성 평가를 받게 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GMO는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GMO 식품의 안전성은 검증된 것”이라며 “표시 문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지 안전성과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의 GMO 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2017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7%가 GMO 식품을 안전하지 않다고 봤다. 경희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김해영 교수는 “소비자의 불안감과 다르게 GMO는 안전성 검사를 충분히 거친 제품만 시장에 나온다”며 “0.9% 비의도적 혼입은 Non-GMO나 다름없다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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