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설사에 항문 치루까지?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의심해야

입력 2020.08.19 06:39

[건강 칼럼]

복통·설사에 항문 치루까지?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의심해야
클립아트코리아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감염성 장염이 유행하기 쉽다. 감염성 장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또는 독소로 인해 유발되고, 설사·복통·구토·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성 장염과 초기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 염증성 장질환이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보통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염증성 장질환의 주된 증상으로는 반복되는 복통, 만성적인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미열, 식욕 부진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면서 예전보다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비전문가가 증상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고 감염성 장염, 과민성 장증후군 등으로 오인돼 여전히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장연구학회 조사 결과,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렸다는 응답이 42.1%에 달했다.

특히, 복통·설사·혈변 등의 증상과 함께 치루· 항문 주변 고름·치열과 같은 항문 주위 병변이 자주 생기는 젊은 사람은 크론병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소화기내과를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항문 질환은 크론병 환자의 거의 절반에서 나타나는 매우 흔한 합병증이며, 크론병의 복통·설사와 같은 장 증상 발생 전에 항문 질환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이 외과적 수술 등을 통해 항문 질환만 반복적으로 치료하다가 크론병 진단이 늦어져, 이미 장에 손상이 발생한 후에야 크론병으로 뒤늦게 진단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염증성 장질환, 특히 크론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염증으로 인한 장의 손상이 점차적으로 진행된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장 손상이 진행돼 회복이 불가능한 단계가 되고, 대량 출혈, 장이 좁아지는 협착, 장 벽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소장암, 대장암 등의 합병증으로 고통받을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치료에는 아미노살리실산과 같은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 소분자물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생물학제제와 소분자물질은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경로를 특이적으로 차단하는 일종의 표적 치료제로 기능한다. 이들은 기존 치료제의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사용하지만 젊은 나이에 발병했거나 진단 당시에 이미 염증이 심한 경우, 장을 광범위하게 침범한 경우 등 향후 합병증이나 외과적 수술을 받게 될 위험이 높은 환자군은 장의 손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이러한 표적 치료제를 조기에 투약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다.

더불어, 염증성 장질환은 장의 염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눈, 관절, 피부, 입 등 장 이외의 기관들을 침범해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 때문에 소화기내과를 중심으로 대장항문외과, 영상의학과, 류마티스내과, 피부과 등과 같은 여러 임상과와의 협력을 통한 다학제적 접근으로, 장기적인 예후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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