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이젠 난치병 아닌 '만성질환'

입력 2019.12.04 09:57

[의학 칼럼]

생물학적 제제로 염증 원인 물질 차단
장 점막 회복시켜 수술·입원 위험 낮춰

홍성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홍성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얼마 전 한 남자 대학생이 진료실을 찾았다. 1년 여 전부터 참기 힘들 정도의 복통과 잦은 설사가 반복됐지만, 수험생이다 보니 그저 단순 장염이겠 거니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 보다 하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급격한 체중 감소와 심한 피로감까지 겹쳐서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해본 결과 크론병임이 밝혀졌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으로 불린다.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 미상으로 위장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지속되는 병으로, 10~30대의 젊은 나이에서 많이 발병한다. 이 시기는 학교를 다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인생에서 경험을 쌓고 경력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 환우들은 복통·설사·혈변 등의 증상으로 정상적인 학업과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자아 실현의 제약과 경제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젊은이를 사회적 일꾼으로 키우지 못하고 평생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손실도 크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치료에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는 증상이 없도록 완화하고 증상 재발이 없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5-아미노살리실산(항염증제)·스테로이드제·면역조절제 등을 사용하고, 이러한 약제들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전통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보여 염증성 장질환 치료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더불어, 증상의 완화뿐만 아니라 손상된 장 점막을 회복시켜 점막 치유를 유도할 수 있다. 점막 치유는 만성 염증으로 인한 장관 손상을 막고 합병증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켜 수술 및 입원 위험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증상 호전을 넘어 새로운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해도 최근 발전된 내시경 기기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협착은 내시경 확장술로 치료 할 수 있으며, 최소 침습 수술이 도입돼 수술 후 빠른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방법이 다양하지 않고 치료해도 완화가 쉽지 않아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졌다. 이에 좌절해 지레 치료를 포기하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병을 악화시키는 환자도 있었지만, 최근 생물학적 제제의 도입, 내시경 중재술의 발전, 외과 수술 기술의 향상 등 약제와 다양한 치료 방법이 날로 발전해, 의료진과 함께 꾸준히 관리하면 대부분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아직 생물학적 제제 사용에 대한 국내 보험급여 방침이 최신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는 진료 지침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한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이다. 한창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나이에 발생하는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의 개인적인 고통과 경제적 손실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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