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藥' 된다… 대변 이식해 난치성 대장질환 치료

입력 2019.07.16 06:18

유익균 옮겨와 장내 유해균 퇴치… 위막성 대장염 완치율 85~95%
항생제 안 듣는 환자 치료법 주목

'건강의 바로미터'인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대장염, 과민성장증후군, 비만, 알레르기 등 여러 질병이 발생한다. 이 때 장에 좋은 유익균을 단순히 먹어서는 효과가 부족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치료가 실제 환자에게 이뤄지고 있다. 대변에서 수분을 빼면 40%가 장내 세균이다. 치료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식염수를 섞어 믹서로 간 다음 대변 용액을 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대장에 주입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항생제 과사용으로 생긴 위막성 대장염에 효과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생리식염수와 섞어 주사기에 담은 뒤 대장 내시경을 통해 주입하는 모습.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생리식염수와 섞어 주사기에 담은 뒤 대장 내시경을 통해 주입하는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항생제 사용으로 장내 유익균이 죽고, 장내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만 살아남아 지나치게 증식한 상태를 '위막성 대장염'이라고 한다. 위막성 대장염 환자 중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환자에 한해 2016년부터 대변 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영석 교수는 "위막성 대장염 환자에게 대변 이식은 연간 30~40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막성 대장염에 대변 이식은 한 번만 해도 완치율이 85~95%로 매우 높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고홍 교수는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은 서로 경쟁관계라, 건강한 사람의 대변 이식을 통해 유익균이 우위를 점하게 되면 유해균이 줄어들면서 장내 세균 균형이 정상화 될 수 있다"며 "장내 유익균이 많아지면 장 점막 세포가 회복돼 출혈이 멈추고, 혈액에서 산소 등을 먹고 증식했던 유해균은 먹을 거리가 없어져 사멸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막성 대장염에서 대변 이식 비용은 약 100만원이며, 대학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

◇수퍼박테리아 감염자 치료의 대안

여러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일명 수퍼박테리아(MRSA, CRE, VRE 등) 감염자는 지금까지 격리치료가 필요해, 요양병원 등 다른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재활 치료에도 어려움이 컸다. 고홍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 1년 전부터 수퍼박테리아 감염자에게 대변 이식 치료를 하고 있다"며 "23명의 감염자 중 12명이 치료돼 퇴원을 했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도 대변 이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홍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위막성 대장염과 비슷한 질병이라 실제 대변 이식이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임상시험 결과,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밖에 과민성장증후군, 비만, 파킨슨병, 자폐증에도 대변 이식 임상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안전성 관리는 숙제로

얼마 전 미국에서 대변 이식을 받은 환자가 다제내성균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발생, 미국 FDA가 대변 이식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조용석 교수는 "대변 기증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활발하게 운영 중인 대변 은행은 국내 2곳이 있는데, 헌혈 대상자에게 시행하는 수준의 혈액 검사와 대변을 통한 다제내성균 검사 등을 하고 있다. 고홍 교수는 "대변 기증을 원하는 사람 10명 중 9명은 조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이범재 교수는 "대변 이식은 균을 삽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100%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효과가 있을 만한 환자를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하고, 면역저하 환자는 대변 이식을 받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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