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이 전신 좌우… 대변 이식, 효과 좋아요"

몸속 미생물을 활용해 신체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생물은 음식물의 분해, 흡수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사람의 몸속에서 가장 많은 장(腸)내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를 활발히 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을 위해 대변 이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변은행을 설립했다.

―인간에게 미생물이 왜 중요한가.

"몸속 미생물의 무게만 따로 재면 1.5~2㎏에 달한다. 이 미생물들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4000종이 발견됐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1만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생물은 장에 가장 많다. 미생물들의 조합에 따라 전신 건강이 좌우된다. 크론병·궤양성대장염 같은 장 질환에 그치지 않고, 비만·당뇨병·천식·아토피·대장암·유방암·자폐증·우울증·ADHD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바이오틱스와 다른가.

"장내 미생물을 100으로 보면 유익균은 30%, 유해균은 5~10%다. 나머지는 중립균으로, 어떨 때는 이롭고 어떨 때는 해롭다. 이 가운데 유익균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한다. 시중에 판매 중인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익균 중 일부를 배양·가공해 만든 제품이다. 아직은 장 건강을 돕는 정도다. 발견되지 않았거나 발견됐더라도 배양하기 어려운 유익균이 훨씬 많다. 이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전신 건강에 미친다는 주장은 증명됐나.

"많은 논문이 권위 있는 의학학술지에 게재됐다. 2010년 '네이처 리뷰'에는 장내 미생물이 전신에 미치는 영향이 소개됐다. 간단히 전하자면, 장내 미생물은 신경계·면역계를 활성화하며,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 뚱뚱한 쥐에서 추출한 대변을 건강한 쥐에게 줬더니 이내 뚱뚱해지는 것으로 나타난 실험결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대장암이 있는 쥐의 대변을 건강한 쥐에게 이식했더니 암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방법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음식 조절이다. 음식을 먹으면 즉각적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이 바뀐다.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로 치료 목적의 '대변이식술'이 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채취하고 필요한 부분만 추출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크론병, 궤양성 장질환, 심지어 악성 변비에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제 막 시작됐다.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이 있을 때 쓰인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이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 우리 병원에서 14명이 이 치료를 받았다."

―감염 우려는 없나.

"아직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신체 거부반응도 없다. 이식 성공률이 높은 변이 따로 있긴 하다. 그 특성은 차차 밝혀가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젊고 건강한 성인의 대변일수록 성공률이 높다."

―대변을 활용한 의약품도 개발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벨기에에서는 '아커멘시아'라는 미생물을 이용한 비만·당뇨병 치료제가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모으는 기업도 생겼다. 미국의 오픈바이옴라는 기업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모아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기증자 중 엄격한 검사를 통과해 건강하다고 판명된 사람에겐 5만원가량(40달러)의 사례비를 지급한다. 대변을 팔아 돈을 버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도 얼마 전부터 대변은행을 설립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수집·저장하고 있다. 더 많은 병원이 참여하면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