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떨어지지 않으려면 운동하고, 비타민B군 섭취하세요”

‘헬스조선 명의톡톡’명의 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억력이 왜 떨어지는지, 질병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두는 게 좋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에게 기억력에 대해 물어봤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왜 떨어지나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전두엽을 비롯한 뇌 전반의 미만성 퇴행이 진행되는데, 이는 분산 집중력, 지속적 집중력, 정신 운동 속도를 저하시킵니다. 그러면 새로운 정보를 뇌에 입력하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보거나 들었던 정보 중에서 일부는 제대로 뇌에 입력되지 않아 기억이 잘 안 나게 됩니다.

또, 이미 머릿속에 잘 입력되어 있던 정보들을 회상하는 데에도 실수가 생깁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다시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애먹었는데, 저녁 준비하면서 갑자기 그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외에도 감기, 가려움증, 요실금, 멀미 등의 치료를 위해 흔히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물 부작용으로도 기억력 감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막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어도 우리 몸의 근육이 빠지지 않게 하려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나이 때문이 기억이 나빠지는 것을 막거나 지연시키려면 은퇴 후에도 꾸준히 머리를 쓰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무료하게 텔레비전만 수동적으로 시청하거나 자는 것이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가속화 시키는 주범입니다. 사람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고 가벼운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하며 숙면을 취하면 노화로 인한 기억 저하를 막을 수 있습니다. 과음과 흡연을 피하고, 꼭 필요한 약물만 복용해야 합니다.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질병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치매는 질병이라기보다, 기억을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이 나빠져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런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은 100가지가 넘습니다. 그 중 가장 흔한 질병이 알츠하이머병이고, 뇌혈관질환, 루이소체병,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들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노년에 매우 흔한 우울증의 경우, 특히 기억감퇴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치매와 감별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히 우울증 치료만 잘 하면 기억감퇴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거나 치료를 꾸준히 하지 않아 재발이 반복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지니 유의해야 합니다. 우울증에 의한 기억장애라고 해서 무조건 다 낫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갑상선 기능저하, 비타민 결핍 등 호르몬이나 영양소 부족으로도 기억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와, 질병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는 대체로 사건의 일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힌트를 주면 쉽게 기억해 낼 수 있고, 힌트를 주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다시 생각나기도 합니다. 1년이 지나도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치매의 기억력 저하는 사건 자체가 기억나지 않고,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년 정도를 두고 비교해 보면 1년 사이에도 조금씩 더 기억력이 나빠지는 경향을 보이고, 기억장애뿐 아니라 시간감각, 길 찾는 능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 다른 인지기능의 장애도 조금씩 동반되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중장년도 스마트폰을 많이 씁니다. 이게 기억력에 나쁜 영향만 줄까요?
당연히 장단점이 있습니다. 단축번호 등을 이용하다보면 단순 암기력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다양한 다른 기능들은 인지기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습니다. SNS를 통한 지속적인 소통이 외로움을 줄이고, 섬세한 손가락 운동량을 늘려 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생길 수 있는 피해는 최소화하고 이득은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용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에는 단축번호 대신 전체 번호를 한번 눌러서 전화를 걸어 보는 것도 좋겠고, 초행길이 아니라면 내비게이션 화면은 보지 않고 소리만 들으면서 목적지를 찾아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문자를 좀 더 길게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 기억력이 남들보다 더 떨어지나요?
산만해서 암기력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 기억하는 전략이 부족해서 암기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집중력을 기르거나 암기법을 연습하면 다른 사람 못지않게 기억을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나이 들어 기억이 빨리 떨어질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젊었을 때 뇌 예비 용량이나 인지 예비 용량이 적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기억이 떨어지거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뇌 예비 용량이나 인지 예비 용량은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얼마나 두뇌를 활발히 쓰고 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요인입니다. 학력이 낮을수록 치매의 위험이 높아지고, 학력이 낮더라도 글씨를 잘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더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독서 등 젊을 때부터 꾸준히 머리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억력 강화에 도움 된다고 확실하게 밝혀진 것을 알려주세요.
운동, 인지 활동,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핵심입니다. 최소 주 3회 이상 한번에 30분 정도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운동 강도는 중강도, 즉 가볍게 숨이 차서 대화는 할 수 있지만 노래는 하기 힘든 수준이 적당합니다.

직장 생활이나 집안일 등 젊을 때는 다양한 인지 활동을 많이 합니다. 은퇴를 하고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가 문제가 됩니다. 변화된 환경에서도 꾸준히 인지 활동을 해야 합니다. 취미 생활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이 좋으며,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뇌가 건강하게 활동하려면 비타민 B군, 불포화지방산, 필수아미노산 등의 영양소들이 부족하면 안 됩니다. 이런 영양소들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식단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김기웅

김기웅
김기웅 교수는 치매를 주로 진료하며,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세상, 치매로부터 가장 먼저 자유로워지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교육과 연구, 진료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