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소 필요한 청소년·흡수율 낮은 노인은 '소식 금물'

입력 2017.02.08 05:30

연령대별 소식 지침
20~30대엔 활동량 많아 불필요… 근력·기력 소모 심하면 중단해야

소식(小食)은 키와 체중을 고려한 필요 칼로리의 70~80% 정도만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체내에 쌓이는 잉여에너지를 줄여 비만 등 대사질환을 예방하고, 체내 염증을 감소시켜 노화 관련 질병도 줄인다. 하지만 열량이 많이 소모되는 시기에 소식을 하면, 영양부족으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대구경북노화연구센터 박상철 센터장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성장기나 에너지 흡수 능력이 줄어드는 노년층의 소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소식은 40~50대 중년층에 시작해 70대가 되면 끝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장기 소식은 오히려 毒

성장기에는 다른 시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소식보다는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사람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기초대사량과 활동에너지를 음식 섭취를 통해 공급한다"며 "성장기에는 이들 에너지 외에도 뼈나 각종 장기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성장에너지까지 필요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성장기 영양부족은 성장 후에도 남들보다 왜소해지거나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 키가 충분히 크지 않고, 골다공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철 센터장은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몸속 면역체계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까지 끌어쓰게 되면, 면역력까지 약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각종 감염병에 쉽게 노출되도록 만든다.

성장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기 쉬운 20~30대도 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구 교수는 "청소년기를 지나서도 몸속 특정 세포나 기관의 발달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청년기의 소식이 이들 기관을 구성하는 영양소 흡수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시기에는 직장생활 등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할 때로 음식으로 섭취한 열량이 활동에너지로 많이 소모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식은 활동적인 연령대를 지난 후에 시작해야 한다. 10대까지는 비만하더라도 소식보다는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많이 든 음식의 섭취 비율을 줄이는 등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20~30대는 성장이 끝나가므로, 비만하다면 소식이나 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그래픽=양인성 기자
◇잉여에너지 쌓이는 40~50대부터 소식

일반적으로 40~50대부터는 소식을 시작해 70세 이전에 끝내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는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면서 기초대사량이 감소한다. 성은주 교수는 "중년층은 기초대사량과 함께 활동량도 줄어 체내에 쌓이는 잉여에너지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인 잉여에너지는 혈관 등에 쌓이면서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박상철 센터장은 "이 시기에 소식을 시작하면, 혈관에 쌓이는 노폐물이나 비만을 막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부족하게 들어온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신체 각 기관이 활성화되는 등 대응태세가 강화돼 신체 기능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년층이라고 무조건 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본인의 영양 상태가 부족한 경우라면 소식보다는 충분한 영양섭취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결핵, 천식 등 만성적인 감염병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소식을 해서는 안 된다. 성은주 교수는 "이들 질환은 체내에서 이용되는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 때문에 만성 소모성 질환이라고 불린다"며 "이때 소식까지 하면 영양부족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 소식을 하더라도 70대 이상이 되면 다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부산대장수생명과학연구원 정해영 교수는 "나이가 든 노년의 경우에는 대사기능이 떨어지면서, 음식물 섭취로 인한 영양소 흡수율이 줄어든다"며 "같은 양을 먹더라도 체내에 흡수되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양이 적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소식보다는 충분한 음식을 섭취해 부족해지기 쉬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연령대라도 몸 상태 따라 달라

건강을 위해 소식을 결정할 때는 우선 본인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식은 보통 남아도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평소 에너지 소모가 많은 경우라면 남아도는 에너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소식을 할 필요가 없다. 성은주 교수는 "소식을 하는 중에 근력이나 기력 소모가 심하고, 지나치게 예민해진다면 소식이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는 증거일 수 있다"며 "이는 소식으로 인한 지나친 영양부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고 말했다. 소식을 하는 중간에도 자주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건강한 소식을 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