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Why] 알레르기 비염 완치 왜 어렵나 점막에 찬바람 닿으면 악화 항원 적응 요법·점막 고주파 효과 있지만 지속기간 짧아 증상 심하면 약 먹고 금연을
직장인 이모(38·서울 양천구)씨는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었다. 면역요법을 2년간 받았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한약을 복용했으며, 알레르기 비염 완화 효과가 있다는 프로폴리스 영양제도 섭취했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못 봤다. 코 점막을 열로 지지는 수술을 고려했지만, 이 마저도 효과가 1~2년 정도만 유지된다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 지금은 콧물이나 재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매일 복용하고 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김충민 기자
이씨처럼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 병을 고치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알레르기 비염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질환 중 하나다. 한양대구리병원 이비인후과 정진혁 교수는 "고혈압·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혈압·혈당을 조절하며 지내듯, 알레르기 비염도 만성질환이라는 생각을 갖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항원(抗原)이 코 점막에 닿아 콧물·재채기 유발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해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항원(抗原·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어서, 항원이 코 점막을 자극할 때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항원은 꽃가루(돼지풀·쑥·자작나무 등),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곰팡이, 먼지 등이다. 이것들이 코 점막 속에 있는 항원 수용체(항원을 인식하는 부위)에 가서 닿으면 면역세포들이 몰려와 항원과 맞서 싸운다. 그 과정에서 콧물이 나고, 재채기가 유발된다.
◇알레르기 비염 안 낫는 이유
▷면역체계 바꾸기 어려워=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면역체계에 있다.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먼지 등이 몸속에 침투하면 면역세포가 순차적으로 여기에 대응하는데, 사람마다 면역세포의 수나 힘 등이 다 다르다. 사람마다 적(敵)으로 인식하는 물질도 달라서 누구는 집먼지 진드기에 민감하고, 누구는 꽃가루에 반응한다. 면역체계는 자라면서 식습관·주거 환경 등에 의해 형성되며, 유전적 요인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면역체계를 임의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악이비인후과 최종욱 원장은 "면역체계를 바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인 치료법은 없다"고 말했다.
▷항원 못 없애=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항원들은 유난히 눈에 안 띌 정도로 작고,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어서 피하기 어렵다. 자신의 항원이 무엇인지 알아두면 그나마 낫지만, 환자 대부분이 항원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 '청정 지역에 가면 알레르기 비염이 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는 알레르기 비염이 낫는게 아니라 항원을 피해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뿐이다.
▷찬바람 등 악화요인 못 피해=환절기 찬 바람 등 증상을 악화하는 환경 요인을 피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1년 중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9월에 가장 많다. 정진혁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은 코 점막이 예민해서, 차가운 공기가 조금만 닿아도 콧물·재채기 등이 나온다"며 "찬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느라 코 점막이 일을 과도하게 하면, 더 예민해져서 같은 항원에도 증세가 심하게 나타나는 악순환이 유발된다"고 말했다.
◇약으로 증상 조절하고, 금연·마스크 사용을
현재까지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최종욱 원장은 "나이가 들면 코 점막이 점점 위축돼, 50대부터 알레르기 비염 증세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에는 증상이 괴롭다면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로 콧물·코막힘·재채기를 막고, 스테로이드제로 염증을 없앤다.
항원 성분이 든 약을 소량씩 꾸준히 주입해 몸이 항원에 적응, 완치되도록 돕는 면역요법이 수년 전에 도입됐지만 효과는 70% 정도다. 소아·청소년이거나 20~30대의 젊은 성인은 비교적 효과를 잘 보지만, 3~5년 정도만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비용이 많이 든다.
코 점막 안쪽의 살을 고주파로 태워 항원 수용체를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항원을 잘 인식하지 못 하게 돼 알레르기 반응도 줄어든다. 하지만 피부가 재생되면 항원 수용체도 다시 늘어나기 때문에, 효과가 1~2년 정도만 유지된다. 만약 비강(코 안쪽의 공간)이 좁은 사람이라면 점막하비갑개절제술을 고려해볼만 하다. 코 안쪽 공간이 넓어져,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인 코막힘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담배를 피우거나,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온도·습도 차이가 큰 곳에 있으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악화된다. 반드시 금연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써서 코 점막이 대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