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출연자인 무지개 멤버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내의 잔소리와 아이의 칭얼거림 없이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들은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유부남(녀)가 부러울 것이다. 역시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무지개 멤버들이 정말 혼자 사는 것일까? 혼자 산다고 하는 그 집엔 분명 다른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오해 마시라. 여자가 아니라 각종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니까.
세균과 진공 청소기
얼마 전 다이슨에서 한국 가정 34곳과 자동차 2대를 대상으로 구석구석의 먼지를 채취했으며, 그 먼지를 서울대 미생물연구소에 분석을 위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 집 곳곳과 차량에서 채취한 먼지 1g당 평균 4121CFU(Colony Forming Unit, 배양배지에 있는 생식 가능한 곰팡이 또는 균의 수)의 곰팡이가 검출됐으며, 매트리스 먼지 중 0.5g의 샘플에서 가구당 평균 11마리의 집먼지진드기가 검출됐다. 에디터도 직접 참가했는데 곰팡이는 2060CFU가 검출됐고, 집먼지진드기는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곰팡이는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 호흡기관을 통해 폐포까지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흔한 곰팡이균들은 천식이나 축농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일부 종의 경우 곰팡이 독소의 일종인 발암물질 아플라톡신을 생성시키기도 한다. 또 한국 가정에서는 큰다리먼지진드기와 세로무늬먼지진드기가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건 진드기의 배설물이다. 배설물과 사체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이 천식이나 다른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화융합의학연구원 김윤근 원장은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배설물 중에서 200나노크기보다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기도의 염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폐를 통해 쉽게 몸속으로 들어와 심혈관질환 등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하고, 실내를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