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힐링여행
발을 감싸는 촉촉한 이끼와 흙내음 가득한 오솔길이 있다. 길 옆에는 잘 정돈된 녹차밭이 폭신한 이불처럼 깔려있다. 머리 위에는 흐드러진 연분홍 벚꽃이 지붕을 이루고 있는데,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꽃비를 흩날린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머금은 일본 규슈올레의 모습이다.
규슈올레는 일본 규슈섬에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다. 올레길 하면 제주올레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떠올리는 그 이름이 맞다.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우리나라 제주도의 올레길을 만든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협력해 빌려 규슈에 올레길을 내고 이름도 그대로 사용한다. 현재 규슈에는 15개의 올레길이 나있다. 사가현 다케오 코스, 구마모토현 아마쿠사~이와지마 코스, 오이타현 오쿠분고 코스 등이다. 총 177.4 ㎞다. 2012년 2월 개장을 시작으로 매년 2~4개 코스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규슈올레와 제주올레는 자매와 같은 길이기 때문에 규슈올레의 운영 방침과 철학도 제주올레와 흡사하다. 기본이 되는 것은 '자연보존'이다. 올레꾼의 편의를 위해 길을 닦거나 만들지 않는다. 산과 바다, 밭 과 들이 주는 상쾌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을 찾고 '이곳부터 저곳까지 트레킹 코스'라고 명명할 뿐이다.
실제로 규슈올레에는 딱히 길이랄 것이 없다. 마을 초입부터 시작해 산을 오르는데, 올레길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나있던 산행길이 끝나면 코스를 이탈한 느낌이 들 정도로 흙과 나뭇잎이 무성하고 나무가 우거진 숲이 나온다.
제대로 된 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제대로 된 코스가 맞다는 뜻의 다홍색, 파란색 리본이 나무에 묶여 있다. 리본을 따라 걸으면 바다를 낀 산책로가 나타나고, 그 끝에는 고즈넉한 일본 전통 가옥과 잘 가꿔진 정원이 있다.
이때부터 자연스런 마을 산책이 시작된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주민의 삶, 마을 회관이나 전통 화과점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에서 다시 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이름 모를 채소와 과일을 돌보는 마을 주민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올레길 가득한 규슈는…
규슈는 일본을 구성하는 섬 중 세 번째로 큰 섬 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서남쪽에 있다. 인천 공항에서 후쿠오카공항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리고, 김해공항에서는 50분 정도면 도착한다. 13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으며 후쿠오카, 구마모토, 미야자키 등 7개 현으로 구성돼 있다.
규슈는 늘 온화한 날씨를 자랑한다. 후쿠오카현의 경우 1년 내내 평균 18℃를 유지한다. 그 안에서도 나름 계절적 차이가 있어서 여름에 는 27℃ 이상 올라가기도 하고 겨울에는 6℃ 이 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불쾌한 더위나 추위 없이 편안하게 꽃과 산, 바다, 온천 등을 느낄 수 있다.
아마쿠사~레이호쿠 코스가 새로 열리다
규슈올레에 15번째 길이 탄생했다. 구마모토현 남서부에 있는 레이호쿠정(町)의 토미오카항에서 토미오카해수욕장을 지나 시키성터와 온천센터에 이르는 길이다.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으로 불리는 대규모 봉기의 주요 격전지이던 토미오카성, 기암절벽, 고요한 마을길, 오랜 전통의 화과자점 등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총 11㎞로 쉬엄쉬엄 걸으면 4~5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