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 정상… 의사, 추가 검사 의무 없어

입력 2015.01.21 08:56

[의료소송 ABC] 위암 誤診, 병원배상 못 받은 이유

진료 중 대화 내용 녹음
소송에서 이기는 데 도움

박모(41)씨는 2009년 9월 속쓰림 때문에 한 내과의원(이하 A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위염 진단을 받고 제산제·소화제를 처방받았다. 이후 박씨는 같은 증상으로 2010년 10월까지 총 11차례 A병원을 방문했지만, 매번 위염·대장염 진단만 받았다. 박씨는 2010년 10월 갑작스런 복부 통증으로 다른 병원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에도 복수(腹水)가 차는 등 이상 증상이 지속됐다. 박씨는 같은 해 12월 한 대학병원 정밀검사에서 위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2011년 3월 사망했다. 박씨 가족은 박씨를 수차례 진료하고도 위암을 진단하지 못했고, 위암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병원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의료소송 ABC 일러스트
법적 판단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박씨는 A병원 의사에게 속쓰림 증상 외에 다른 증상은 알리지 않았다.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지 않는 한, 병원 측은 정밀검사(조직검사·CT 촬영 등)를 반드시 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위내시경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도, 환자가 토혈(吐血)·잦은 구토·수면 중 복통·혈변·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병원은 정밀 검사를 진행하거나 다른 병원에서 다시 검사 받아볼 것을 권해야 한다.

A병원이 박씨에게 위암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데 대해, 법원은 "위내시경 검사 당시 위암을 의심할 만한 것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암 진행 가능성, 반복적인 진단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위암 오진, 최대한 막으려면

위내시경 검사 때 암이 발견되지 않아도, 평소보다 심한 소화불량 증상이나 체중 감소, 구토 등이 지속되면 해당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고 정밀검사를 받든지, 아니면 다른 병원의 전문의를 찾아 한 번 더 검사받는 게 안전하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한 소화기내시경 전문의, 그중에서도 내시경 검사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내시경 검사는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개인의 실력에 따라 검진의 정확성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진료 중 의사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두는 게 병원의 오진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가 의사에게 몸의 이상 증상을 적극적으로 호소한 게 확인이 되면 의사의 책임을 입증할 자료로 쓸 수 있다.

도움말=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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