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방지위한 법 제정, '생명 살리는 法' 되려면…

입력 2015.01.07 11:40

의료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환자 안전법(종현이법:백혈병을 앓았던 정종현군이 항암주사를 잘못 맞는 의료사고로 사망한 것이 법 제정의 시발점이 됨)’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됐다.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의료진이 익명을 전제로 병원 내 ‘환자안전위(가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게 법안의 핵심이다. 법안은 300병상 이상(종합병원급) 병원에만 적용된다.

이 법의 목적은 의료사고 재발 방지다.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보고한 의료사고를 보건당국에서 분석·정리한 뒤, 각 병원에 알려서 똑같은 의료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예방 가능한 의료사고 환자 수가 1만 7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안전법이 제대로 시행되면 의료사고로 어이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환자단체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안전 장치’가 마련됐다며 환영했지만, 당장 실효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병원업계의 반응이다. 일단 의료진 스스로 의료 사고를 보고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다. 법안에는 보고를 안 했을 때 처벌할 규정이 담겨 있지 않다. 보고를 잘 한다고 해서 특별히 득이 되지도 않는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 김영인 이사(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보고를 잘 한 병원에 대한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익명성이 철저히 담보돼야 한다.

우리 나라 건강보험 제도 아래에서는 환자의 안전 같은 ‘의료의 질’을 높여도 병원에 돌아가는 혜택이 없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명지병원 이사장)는 “법안에는 병원 자체적으로 환자 안전을 위해 전담 인력을 두라고 돼 있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환자안전법은 환자 안전과 관련돼 처음 도입된 법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상징으로 끝나지 않고 의료사고 재발 방지까지 이어지려면, 법 유예기간(1년6개월) 동안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재정 지원, 환자·의사의 소통과 공감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이왕준 정책이사는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고’이므로 환자안전법의 방향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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