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탓일까, 약 탓일까?… '의료사고' 대처 어떻게?

입력 2021.01.13 15:38

한국소비자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연락은 필수

의료사고로 가족을 잃은 여성
의료사고를 당했다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약품안전관리원, 한국소비자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아프리카 여행 후 일주일 뒤 39℃ 이상의 고열·오한·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한 A씨는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병원은 말라리아 양성 소견을 보인 A씨에게 경구 항말라리아제를 투여하고 입원시켰다. 약을 투여받고 입원한 A씨는 당일 저녁부터 갑자기 섬망, 기면, 빈맥 등 이상소견을 보였다. 병원은 기관내 삽관 등의 처치를 시행했으나 결국 A씨는 사망했다.

A씨 사례에서 사망 원인은 의사에게 있을까, 아니면 말라리야약에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사고·약화사고를 당했을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포털사이트에는 의료사고를 당했는데 어디에 신고를 해야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기댈 곳 없는 의료사고·약화사고 피해자들이 정확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의료사고 억울함 어디서 풀어야 하나
갑작스러운 고열이나 통증 등으로 대수롭지 않게 병원을 찾았다가 A씨처럼 사망하거나 중증장애를 얻었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종종 들린다. 갑작스럽게 가족의 죽음을 맞게 되거나 장애를 얻게되면 환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소송을 해보려하지만 긴 시간 큰 비용을 들이기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한국소비자원 외에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해 의료분쟁 조정을 시행하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기관들의 존재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 A씨의 가족들도 말라리아로 위험한 환자를 의사가 방치한게 문제라고 주장은 했지만 정확한 사망의 원인은 알 길이 없었는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았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VS 의약품안전관리원 VS 한국소비자원
그렇다면 의료사고나 의약품 부작용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단 어디든 상담을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한국소비자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의 피해자 구제·중재 절차는 대동소이하다.

먼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와 의료인 모두 조정·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 조정·중재 요청을 받은 상대(피신청인, 주로 의료기관)가 조정·중재 참여에 동의하면 그 때부터 본격적인 사고 검증이 시작된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조정·중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피해자가 아무리 조정·중재를 원해도 사고검증은 진행될 수 없다. 다만 사망·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등의 피해를 입은 사례라면 의료기관 동의가 없어도 사고 검증과 조정·중재 절차는 자동으로 진행된다. 일단 시작된 조정·중재 절차는 시작일로부터 90일(최대 120일)내에 결론을 내도록 법적으로 정해져있다.

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정상적으로 사용된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때에,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피해 당사자의 개별 소송으로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14년부터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의약품 부작용 인과관계를 검증하고, 피해 보상까지 책임지고 있다. 2014년 12월 19일 이후 발생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가 보상 대상이며, 장애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날, 해당 진료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이내에 신청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의료와 의약품 등 보건의료 전반에서 발생한 사고의 중재와 조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두 기관에 비해 결론을 내기까지 시일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절차는 세 기관 모두 신청서 접수 후 인과 관계 판단 및 현장조사, 전문위원회 자문, 별도의 심의위원회 심의, 처리결과 통지로 유사하다.

◇"상담 신청부터하라"
해당 기관들은 기관에 따라 사건 검토 과정에서 일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선 어디에든 상담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의료분쟁조정원 관계자는 "환자 입장에선 본인의 피해가 의료인의 실수인지, 불가항력 사고였는지, 약화사고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에 중재원은 분쟁조정 신청 전 사전상담을 통해 적절한 구제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 처방은 의사가 하기에 의료중재원은 약화사고가 의심될 때도 이용할 수 있고, 사망, 의식 불명 등 중증 피해를 입었을 때는 법에 따라 다른 기관보다 빠르게 조정을 받을 수 있음을 참고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의약품안전관리원 관계자도 "피해구제 신청 접수과정에서 우선 상담부터 실시해 의약품 부작용 피해사례로 접수가 가능한 지를 보고, 판별여부에 따라 필요한 서류와 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사과정에서 의료사고 등으로 판별되면 의료중재원으로 연결해주고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의료감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의사 B씨는 "보통 사람들이 세 기관 중 본인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억울함도 풀고 보상도 받을 수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사망, 장애 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전문가들도 장시간 검토한 후에야 알 수 있는 사인이니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어디든 상담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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