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질환 전문의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당신의 목소리는 안녕하십니까?"
성대질환 전문의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본 것은 쉽게 잊혀도 듣는 것은 잘 잊히지 않는다. ‘귀로 바라보다’는 말도 있다. 사람의 감각신경 중 청각신경이 시각신경보다 더 강하고 정보를 오래 기억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얼굴은 평범한데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어 오래 기억되는 사람, 얼굴은 호감도가 높은데 금방 잊히는 사람의 차이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통해 갈리기도 한다.
눈에 띄게 발달한 성형수술로 얼굴이야 얼마든지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면 목소리는 어떤가. 목소리까지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데, 가능한 일일까. 예송이비인후과는 이 바람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대표적인 ‘목소리 병원’이다. 목소리가 건강한지 진단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건강검진센터 격인 ‘예송아트세움’과,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바꿔 주는
수술 등을 담당하는 ‘예송음성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예송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목소리 이상의 원인
근본적으로 잡아낸다
지난해 50세의 나이에도 100회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 원조 ‘오페라의 유령’ 브래드 리틀이 예송이비인후과를 찾아 화제가 됐다. 브래드 리틀이 찾았다는 것보다 그가 이 병원에서 ‘목소리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뉴스가 더 이목을 끌었다. “목소리까지 건강검진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목소리 건강검진’은 말 그대로 목소리가 잘 나오도록 음역대나 발성법은 올바른지, 공명과 화음은 잘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 객관적 검사를 통해 체크하는 것이다. 수진자가 오면 병원은 우선 성대 질환이 없는지 검사를 통해 확인한 후 질환이 있으면 질환을 치료한다. 질환이 없으면 음역대와 발성상태, 발성 시 성대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 목소리 건강검진을 한다.
이를 위해 예송아트세움에는 음성전문의 2명과 전문음성언어치료사 5명이 상주해 있다. 김형태 원장이 세계 처음으로 연구 개발한 ‘발성역학적 다차원측정기’란 장비도 있다. 사람이 목소리를 내려면 400여 가지 근육이 움직여야 하는데, 발성역학적 다차원측정기는 다양하게 움직이는 근육의 신호를 잡아내는 장비다. 이를 통해 음성전문의는 각 근육이 소리를 내기 위해 균형 있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느 근육의 움직임이 문제인지 등을 찾아낼 수 있다. 김형태 원장은 “기존 목소리 건강검진은 발성에 의한 성대나 소리 분석만으로 목소리 상태를 진단했지만, 이 기기를 통해 목소리에 문제를 일으키는 객관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진단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목소리 재활에서부터
목소리 성형까지
가수 조덕배가 뇌졸중 극복 후 처음 연 2011년 콘서트는 아직도 가요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감동을 남겼다. 언어장애와 안면마비, 온몸 편측마비까지 한 번에 안게 된 그가 과연 노래 부를 수 있을지가 큰 관심이었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그는 다소 탁해지긴 했지만 감동적인 노래를 선사했다. 그의 극적인 음성재활을 담당한 것도 김형태 원장이다. “입과 혀의 움직임이 마비 때문에 부자연스러워진 것은 둘째 치고, 성대에 큰 물혹이 있어 이를 먼저 떼내야 했지만 뇌졸중 후유증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했다”며 “그래서 부분마취 후 후두전자내시경을 넣어 레이저를 쏘는 미세후두수술을 시행해 물혹을 우선 제거했고, 그 이후 음성재활 치료를 시행해 재활을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가수는 물론 교사 등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쓰는 사람은 성대 질환이 잘 걸린다. 성대결절이 대표적이다. 성대를 지속적으로 많이 사용하면 성대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인데, 예송이비인후과는 이를 미세후두수술로 제거한다. 성대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겨 목소리가 끊기고 떨리는 연축성 발성장애는 보톡스주입술로 치료한다.
예송이비인후과에서는 아픈 목소리나 성대를 되살리는 진료만 하지 않는다. 눈을 키우고, 코를 높이는 성형수술처럼 목소리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목소리 성형수술도 해 준다. 목소리 성형술은 예송이비인후과에서 개발한 수술법인데, 낮고 굵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인 여성이 주로 수술받는다. 김 원장은 “여성의 성대 길이(1.5~1.8cm)는 남성의 성대 길이(2~2.3cm)보다 짧고 목소리 주파수는 높은 편인데, 선천적으로 성대가 길거나 굵은 여성은 남성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며 “이 경우 성대 앞쪽의 3분의 1부분을 제거하면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목소리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목소리를 내는 400여 가지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해 그 균형과 조화를 바로잡아야 좋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호기심이 이끈 외길
김 원장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다. 이비인후과 진료 영역 중 ‘목소리’는 지금도 생소하지만, 2003년 개원 시에는 더욱 생소한 분야였다. 자신만의 시술법을 개발하고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흠집을 내는 주변 목소리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런데도 벌써 10년 넘게 외길을 고집하고 있다. 김 원장은 <신의 아그네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가 부르는 노래에 큰 전율을 느끼면서 홀린 것 같은 기분을 경험했다”며 “그때까지는 단순히 의학적으로 목소리가 잘 나오거나 안 나오는 구조에 치중해 공부하고 연구했는데,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병원 이름을 ‘예송’이라고 지었다. 예송은 예술을 뜻하는 ‘예(藝)’와 소리를 뜻하는 프랑스어 ‘송(Son)’이 합해진 말로 ‘예술적인 소리’를 뜻한다. “예술적인, 좋은 목소리를 가지면 분명 더 낫고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김 원장은 말했다. 처음에는 부정적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직업으로 사용하는 가수・강사등 뿐 아니라 목소리 재활을 위한 환자나 일반인까지 목소리를 좋게 만들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김 원장은 “대화할 때 좋은 목소리로 좋은 분위기를 이끌고 싶어 병원에 왔다고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좋은 목소리가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확신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한국의 목소리
전하는 메카가 될 터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예송을 바라보는 눈이 많아졌다. 목소리 치료를 받기 위해 찾는 외국인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년전에 비해 70% 이상 외국인 환자가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일본 등의 환자가 많다. 김 원장은 “후두유두종 등 때문에 목소리를 잃어가는 해외 아이들이 와서 수술받고 목소리를 찾아 돌아갈 때, 예송이비인후과가 한국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전하는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또 다른 꿈을 꾼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는 10월에는 중국 의료진과 합작병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병원과 합작 병원을 세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월간헬스조선 7월호(148페이지)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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