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만성 신부전증

당뇨병 앓고 있다면 고혈압 겹치지 않게 해야

당뇨병과 고혈압을 동시에 앓고 있는 50대 후반 남성이 최근 필자의 진료실에 내원했다. 그는 "한달 쯤 당뇨병약과 고혈압약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몇달 전 서울에 이사오고 나서 병원을 바꾸려니 어느 병원을 골라야 하는지 망설이게 된 데다가 생업도 바빠서 차일피일 내원을 미루다 보니 다니던 지방 병원에서 받은 약이 떨어진 것이었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실시해 보니 신장 질환의 초기 신호인 미세단백뇨가 검출됐다.

당뇨병 환자는 신장 기능이 잘 나빠진다. 콩팥은 날마다 200L 분량의 혈액을 정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액 속의 고혈당이 사구체 혈관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혈압까지 겹치면 혈관은 더 큰 부담을 받게 된다. 신장 기능이 저하하면 혈액 속 노폐물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으며, 체내 수분·전해질 조절 기능에 이상이 오고, 호르몬 생산에 장애가 생겨서 빈혈과 골질환 등이 나타난다.

신장질환이 진행되어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투석치료를 해야 하는데 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신장이식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장기기증자 수가 이식 대기자 수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770명의 말기 신부전 환자가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했다.

말기 신부전을 일으키는 주범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대한신장학회가 조사해보니, 새롭게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은 말기 신부전 환자의 44.9%는 당뇨병, 17.2%는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는 신장 합병증 위험이 더욱 크다. 당뇨병에 의한 말기 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7%로 비당뇨병 말기 신부전 환자의 70%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따라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평소 신장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기력하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거나 식욕이 저하되고, 거품뇨, 발목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장 합병증이 생겼는지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만성 신장질환의 중요한 원인인 고혈압을 주의해야 한다. 제2형 당뇨병과 신장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고혈압 환자는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할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억제제 계열인 로잘탄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 절제된 식습관, 금연, 금주 등으로 혈당과 혈압을 평소 생활에서 관리해야 한다.

만성 신장질환은 소변 검사, 혈청크레아티닌 검사 등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는 사람은 이런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