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에 경품싹쓸이족까지 "이런 박람회 처음이야"

해외여행용 가방으로 무장한 주부들이 박람회장을 휘젓고 한쪽에선 공짜 입장표를 1만원에 파는 암표상들이 극성을 부린다.

22일로 개막 사흘째를 맞은 ‘2006 조선일보 건강박람회’가 흥행 대박을 맞으면서 박람회에는 어울리지 않을 갖가지 화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건강박람회 행사가 바겐세일을 하는 백화점이나 대작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앞처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박람회 개막 후 21일까지 이틀간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을 찾은 관람객은 모두 2만1000여명. 22일에도 행사장 입구는 개장 시각 2시간 전부터 입장객들이 몰리면서 개장을 10분 앞둔 오전 9시50분에는 무려 500여명에 이르렀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부터 잘 차려입은 미시족들까지 수백명이  몰렸지만 막상 개장 시각이 다가오면서 태평양홀 앞은 점점 조용해지기만 했다. 마치 전투를 앞둔 전장과 같은 긴장감만 흐를뿐.

오전 10시, 행사관계자들이 입구를 여는 순간 입장객들이 한순간에 100m 경주하듯 달려나갔다. 이들의 목적지는 전시장 안쪽 끝부분에 위치한 무료검진 코너. 대부분의 병원들이 암·초음파검사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검진종목을 선착순으로 접수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건강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들은 대회 이틀째인 21일 황당한 사태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넷 ‘헬스조선닷컴(www.healthchosun.com)’에 접속해 초청장을 출력해오면 무료입장이 가능한데도 난데없이 1만원에 입장권을 파는 암표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박람회장 입구는 늘 장사진을 이룬다. 공짜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무료검진이나 업체들이 제공하는 경품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등록을 마쳐야하기 때문에 입구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보통 20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혼란한 틈을 탄 암표상들이 활개를 펴는 것이다.

암표상을 추적하다 복잡한 코엑스 지하에서 놓쳐버렸다는 사무국 관계자는 “수많은 전시회를 준비하고 치뤘지만 건강박람회에 암표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지만 더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푸짐한 선물 잔치에 경품싹쓸이족 등장

해외여행용 가방을 들고 4~5명씩 무리지어 다니는 주부들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마치 전투에 임한 듯 전시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이들의 눈빛도 결연하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164개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자사제품 위주로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수만원씩 하는 건강기능식품부터 피부과 전문화장품 샘플까지 생활에 요긴한 경품들이다보니 알뜰 주부라면 놓치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모(여·35)씨 등 동네친구 3명은 “박람회 첫날은 아무 준비없이 왔다가 아까운 경품들을 챙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여행용 가방까지 들고 오게 됐다”며 “처음엔 솔직히 눈치가 보였지만 사정을 눈치 챈 업체관계자들도 이해한다는 듯 웃더라”고 말했다.

/헬스조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