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이 되면 마치 협심증 환자처럼 가슴이 조여오고, 조증 환자같은 묘한 들뜸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하여 그 즈음하여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갈 때면 그 증세가 극대화됨은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렇다. 2002년의 함성과 눈물. 바로 '월드컵 증후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광화문은 그렇게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물론 정치적 변혁의 작은 도화선이 되기도 했지만 내 관심사는 아니다. 과거, 중앙청과 광화문 그리고 이순신장군 동상에 이르기까지 그곳은 단절과 수직적 관계의 상징이었으나 그 '사건' 이후로 광화문 광장은 소통과 수평적 관계의 장으로 변하였다.
그렇게 4년이 흘러 다시 한번 광화문은 함성과 눈물의 도가니가 될 채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올 6월에는 나의 협심증과 조증이 무척이나 악화될 것이지만, 그것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고통이자 기쁨이 되리라.
광화문의 교보빌딩 내에 '라브리'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비밀스럽고 아늑한 곳에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다. 물론 불어로도 라브리(L'abri)는 안식처라는 뜻이지만, 나는 도시인들의 피난처이자 참호라고 부른다. 현대인들이 질곡과 같은 삶의 현장에서 잠시 비껴 쉬면서, 방전된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2층 창가 테이블 좌석은 광화문 네거리를 조망할 수 있어, 식사를 하면서 그 때 그 감동을 곱씹을 수가 있어 좋고, 개별 룸들도 남들 눈치보지 않고 편히 식사를 하며 담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강남에서 레스토랑을 하면 '문화사업'이라고 으스대지만, 강북에서는 그저 '밥장사'로 취급받는 현실에서, 하물며 잘나가는 이태리식당도 아닌데, 20년 가까이 정통 프렌치를 고수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하튼 서울같은 거대 국제도시에서 정통 프렌치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이 특급호텔 두어 곳과 개별 레스토랑 서너 곳에 지나지 않음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정통 프렌치가 위축되고 국적없는 퓨전 음식이나 외양만 그럴싸한 엉터리 음식들이나 판을 친다는 것은 데셍과 구상화 연습를 거치지않고 바로 추상화를 그려대는 것과 유사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어쨋든 라브리의 쉐프들에게는 재능과 영감이 아직 소진되지 않고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 매우 소망스럽고 희망적이다.
점심에는 셀러드와 애피타이저가 뷔페로 준비되어 있고, 앙증맞은 아뮤즈 부쉐로 시작하는 수준급 코스 요리들은 비지니스의 성공적 결과를 예고한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1가 1번지 교보빌딩 내 2층
02-739-8963
/석창인-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원장 s2118704@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