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의 눈 속에서 1.8㎝ 크기의 희고 통통한 애벌래를 꺼내는 ‘엽기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의 제목은 ‘렌즈애벌레’. 사진 밑에는 렌즈를 껴 오던 여성이 눈 밑에 계속 이물감(異物感)을 느끼게 되자 병원을 찾았고, 다래끼 수술을 하다가 애벌레를 꺼내게 되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이 각 포털의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고, 그 바람에 안경점이 특수를 누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혹시 조작된 사진은 아닐까?
안과 전문의들은 “매우 드물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김안과병원 안과 전문의 전루민씨는 “간혹 아이들의 눈 속에 놀이터의 흙에서 묻은 기생충 알이 들어가서 자라는 경우는 보고된 적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면서 “매우 드문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씨는 “눈의 결막은 비교적 딱딱하기 때문에 결막을 뚫고 들어가서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고, 눈 밑의 움푹 꺼진 결막낭에 들어가 있었다면 환자가 이물감을 느껴도 쉽게 꺼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을 주범으로 상정하는 첫번째 가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렌즈를 낄 때마다 손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와 셋째 가설은 모두 오염된 식염수가 주범이다. 렌즈 세척제를 생산하는 바슈롬사 한 관계자는 “식염수는 방부 성분이 없기 때문에 마개를 오픈함과 동시에 오염되기 시작한다”며 “만약 렌즈를 식염수에 보관했다면 유충이 배양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이 환자가 식염수 대신 다목적 렌즈 관리 용액을 사용했더라면 멸균 성분 때문에 벌레의 유충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며, 눈 속으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제대로 부화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가 최근 식염수의 오염실태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콘택트렌즈 착용자들이 많이 쓰는 식염수가 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부제가 없는 식염수의 경우 사용기간 중 오염율이 80%에 이르렀으며, 방부제가 포함된 식염수도 1주일 후부터 오염율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가지 의문은 어떻게 눈 속에서 애벌레가 생존-성장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것. 이와관련,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교수는 “우리 눈물 속에도 영양분이 있을 뿐 아니라 결막 내에 파고 들어가서 혈관을 통해서 영양을 섭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렌즈착용 전 손을 철저히 씻고, 렌즈 케이스는 자주 중탕해서 열소독을 해 주고, 가급적이면 식염수 대신 렌즈관리용액을 사용하는 등 콘택트렌즈 착용자들이 렌즈관리에 보다 철저하다면 이런 일은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