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장애, 뇌 전기자극으로 치료 가능성 제시

입력 2020.04.07 14:24

뇌 자극 사진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에 적절한 전기자극을 가하면 기억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서울대병원 제공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전기로 자극하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전소연 연구원은 오늘(7일) 뇌심부의 직접적인 전기자극을 통해 해마와 기억기능 간의 인과관계를 국내 최초로 증명했다.

지금까지는 해마에 가하는 전기자극이 뇌 기억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병원에서 뇌전극을 삽입한 10명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해마에 전기자극을 주고, 두 가지 단일·연합기억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두개강 내 뇌파를 측정했다. 단일 단어를 기억하는 ‘단일기억과제’와 짝지어진 단어 쌍을 기억하는 ‘연합기억과제’로 나눠 학습, 휴식, 회상 단계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해마 전기자극은 과제에 따라 기억기능의 행동 결과를 다르게 변화시켰다. 해마 세타활동이 연합기억과제에서 더 높게 관여해 연합기억기능은 향상됐다. 반대로 해마의 세타활동 관여가 낮은 단일기억기능에서는 저하되는 양상을 보였다.

단일기억과제 회상구간에서는 ‘봤음’ 혹은 ‘본적 없음’으로 단어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자극시 정답률은 86.1%, 자극 시 정답률은 81.1%로 떨어졌다.

연합기억과제 회상구간에서는 ‘정확히 봤음’, ‘봤거나 재배열됨’, 혹은 ‘본적 없음’으로 단어 쌍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자극시 정답률은 59.3%, 자극 시 정답률은 67.3%로 높아졌다.

정천기 교수팀 사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전소연 연구원​/서울대병원 제공

원래 인지기능이 낮은 환자일수록 자극 효과가 강해 기억력이 더 크게 향상됐다. 인지기능이 약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뇌자극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기억과제 중 뇌활동 양상도 달랐다. 단일기억과제보다 연합기억과제의 학습구간과 회상구간에서 해마의 뇌파는 강한 세타파워를 이끌어 냈다. 특히 회상구간에서 정답률이 높은 경우 해마의 세타파워가 강한 것을 확인했다. 즉, 강한 세타파워는 기억력 향상과 관련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향후 뇌 자극이 기억장애 치료법 고안에 주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거라 설명했다.

전소연 연구원은 “해마 자극으로 서로 다른 기억기능이 서로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밝혔다”며 “자극 후 향상된 연합기억기능과 기억과제의 회상구간에서 해마의 세타파워 증가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천기 교수는 “이번 연구로 해마 자극이 더 많은 해마의 세타활동에 관여하기 때문에 연합기억기능을 향상시켰음을 알 수 있다”며 “해마의 세타활동 증가가 기억력 향상의 신경학적 기전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브레인 스티뮬레이션(Brain Stimul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