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맨손으로 만지지 마세요… 불임, 성 기능 장애까지

입력 2019.01.16 14:52

한 사람이 손으로 영수증을 잡고 있다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비스페놀A의 체내 농도는 2배 이상 높아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루에도 몇 번씩 만지는 종이가 있다. 음식을 먹고, 카페에 가고, 각종 물건을 사면서 사람들은 이 종이를 주고받는다. 바로 영수증이다. 받은 직후 버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주머니 속에 넣고 잊어버린 채 만지작거릴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가계부에 영수증을 붙여가며 지출을 확인하고, 여행 다니며 받은 영수증을 다이어리에 보관하며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수증은 생각보다 위험한 종이다.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면,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영수증 종이에서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가 검출됐다. 비스페놀A는 주로 플라스틱 제품 제조, 합성수지 원료, 식품저장용 캔 내부 코팅 재료 등에 쓰이는데, 영수증이나 대기표 등으로 이용되는 감열지에도 들어있다. 감열지는 종이에 열을 가하면 색이 나타나는 방식을 통해 글자가 새겨지는 종이다. 비스페놀A는 감열지의 발색 촉매제로 사용되며, 표면에 코팅되어있다.

지난해 5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비스페놀A의 체내 농도가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에서 근무한 지 평균 11년 된 중년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맨손으로 영수증을 만졌을 때 업무 전 체내 농도는 0.45ng, 업무 후 농도는 0.92ng으로 두 배가 넘었다. 반면 장갑을 착용하고 영수증을 만졌을 때 업무 전 체내 농도는 0.51ng, 업무 후 농도는 0.47ng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최 교수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장갑을 착용하거나 비스페놀A가 함유되지 않은 종이를 사용해야 한다”며 “영수증을 계속해서 만질 경우, 다량의 비스페놀A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비스페놀A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내분비계의 호르몬 이상을 일으켜 기형아 출산, 태아 사망, 불임, 암, 성조숙증, 성 기능 장애와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체내 환경호르몬이 태아에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가급적 영수증이나 대기표와 같은 감열지를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부득이하게 만져야 할 때는 접촉 직후 바로 버리는 것이 좋다. 영유아도 마찬가지다. 장난감을 쉽게 입으로 빨고, 각종 물건을 만지며 놀기 때문에 비스페놀A에 노출되기 더 쉽다. 그렇게 흡수된 환경호르몬은 체내에 축적되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환경부는 지난해 여러 기업, 시민단체와 협력해 종이 영수증을 전자 영수증으로 대체하는 캠페인을 추진했다. 전자 영수증 발행을 도입하는 기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고객에게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영수증을 발급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전자 영수증은 친환경적이고 편리하다는 점에서 종이 영수증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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