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없이 암세포만 정확히 공격…암치료의 새 지평 열다

  •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신지호 기자, 셔터스톡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도움말 표홍렬(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자료제공 삼성서울병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7.03.03 16:30

    癌 양성자 치료의 모든 것

    손으로 감싸고 있는 양성자 이미지

    ‘불치의 병’으로만 알려져있던 암(癌) 생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3%로 2001~2005년 암생존율(53.9%)보다 16.4%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암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높아진 주된 원인은 ‘치료 기술의 발달’에 있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수술하지 않고 암세포만 정밀하게 파괴하는 ‘양성자 치료’다.

    1. 양성자 치료란 무엇일까?
    일명 ‘꿈의 치료기’라고 불리는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 몸에 조사해 암 조직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양성자 빔이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에너지를 절정으로 내뿜어(일명 브래그 피크) 암 조직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서 소멸된다.

    양성자 치료는 1946년 미국 물리학자들이 의학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후, 1990년 미국 로마린다 병원에서 치료 전용으로 처음 도입했다.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 부속병원(MGH), MD앤더슨 암센터, 메이요 클리닉 등 전 세계 56개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했고, 지난해 6월 삼성서울병원이 도입했다.

    양성자 치료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치료법인 방사선 치료에 비해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 고통이 적고, 부작용 발생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기존 X선을 이용하는 방사선 치료는 여러 방향에서 수십 개에서 100여 개에 달하는 방사선을 조사해 암 조직을 제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암조직에 방사선이 닿기 전후로 신체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2차 암을 일으키거나 뼈 성장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크다. 또한 드물게 방사선 치료 도중 2차 암이 생길 수 있는 것도 문제다. 반면, 양성자 빔은 암 조직 주변 조직에 영향이 거의 없는 편이다.

    양성자 치료를 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2곳에서 운영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양성자치료기 중 가장 최신 기술이 적용된 것은 2세대 기술이 적용된 세기조절(IMPT) 양성자치료기다.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두 곳 모두 세기조절 양성자치료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기는 ‘주사선’ 또는 ‘스캐닝’ 방식으로 불리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기존 1세대 양성자치료기가 2~3개 방향에서 양성자 빔을 쏘는 것과 달리 2세대 양성자치료기는 양성자 빔을 수백 개 방향으로 나눠 쏘기 때문에 1세대에 비해 정확성·정교성·신속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세기조절 양성자치료기의 경우 몸속 암의 위치를 3차원 영상정보를 통해 정확하게 찾아내도록 하는 첨단 장비인 콘빔 CT를 장착해 암의 위치를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양성자 치료는 암 부위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기타 신체 장기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 시 겪는 식욕부진, 설사, 두통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환자 삶의 질이 높은 편이다. 양성자 치료 방법은 양성자 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워블링’ 방식과 ‘스캐닝’ 방식으로 구분된다. 워블링 방식은 양성자 빔을 얇은 판에 부딪히도록 해 확대해 쏘는 방식이다. 주로 넓은 면적의 종양을 치료할 때 사용한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스캐닝 방식이 있다. 이는 에너지 세기가 다른 수개에서 수백 개로 세분화된 양성자 빔을 종양의 모양에 맞춰 쏘는 방식이다. 주로 정밀한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사용한다. 스캐닝 방식의 경우 워블링 방식과 비교했을 때 종양에 충분한 방사선을 전달하면서 주변 정상조직에 노출되는 방사선이 적어 부작용 위험이 적다.

     

    X선치료 양성자 치료의 선량 차이

    2. 양성자, 주로 어디 사용되나?
    양성자 치료는 기존 방사선으로 치료가 가능하던 모든 신체부위에 생긴 암을 치료 대상으로 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혈액암 혹은 전신질환에 속하는 암일 경우에는 양성자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립선암이나 유방암의 경우 양성자 치료 했을 때 효용성이 기존 방사선 치료를 했을 때보다 높지 않아 양성자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보험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간 이미지

    간암
    간암은 암 조직 덩어리가 큰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경우 B형·C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염에서 시작해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이미 딱딱해진 간이 손상돼 간 기능이 극도로 저하될 수 있다. 반면, 양성자 치료의 경우 비교적 큰 암세포를 정확하게 조사해 제거하기 때문에 정상적인간 조직 부위에 영향이 적은 편이다. 또한, 일반 X선의 경우 종양 제어율이 50~70%이지만, 양성자 치료의 경우 간 기능 저하 없이 90% 이상에서 종양 제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 이미지

    폐암
    양성자 치료 처음 도입될 때는 주로 초기 폐암 치료에 양성자 치료를 많이 사용했다. 폐암의 경우 특히 고령 환자가 많기 때문에 고령이면서 수술하기 어려운 경우 양성자 치료를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1기 폐암의 경우 양성자 치료만 제대로 받아도 0~80%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기 폐암의 종양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비용 등 여러 문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양성자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는 진행성 폐암에 있어 양성자 치료를 시행한 경우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진행성 폐암은종양이 폐뿐만 아니라 임파선이나 목까지 번진 경우가 많다. 또한 종양의 분포가 복잡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양성자 치료를 하는 경우 주변 폐를 보호하면서도 복잡하게 위치한 종양을 잡아 제거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다.

     

    두경부 이미지

    두경부암
    입·코·목·혀 등에 생기는 두경부암 치료에도 양성자 치료가 사용된다. 두경부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안구, 시신경, 중뇌, 연수, 각종 뇌신경, 침샘, 점막 등이 모여 있는 부위다. 이 때문에 두경부암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여러 중요 부위에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크다. 이때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면 암 조직 주변의 주요 장기에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두경부암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하며 쉽게 겪는 점막염이나 구강건조증 등의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각종 국·내외연구에 따르면 두경부암 치료에 있어 기존 X선 방사선 치료에 비해 양성자 치료의 치료 효과가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얼굴 이미지

    소아암
    양성자 치료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소아암이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뼈나 장기가 미성 숙한 상태이고, 암치료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가 뼈나 장기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쳐 각종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암 조직 이외의 장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양성자 치료가 이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양성자 치료를 받는 환자의 15%가 소아암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 환자의 암 발생 비율과 비교했을 때 발생건수 대비 환자가 많은 편에 속한다.

     

    3. 양성자 치료 어떤 과정으로 이뤄질까?

    Step 1 - 진료
    우선 양성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 상태가 양성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지 여부에 대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후 치료가 정해지면 암종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과 치료 횟수 등을 결정하게 된다.


    Step 2 - 모의치료 전 호흡연습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기 전, 체내 종양에 정확하게 방사선 양을 전달하기 위해 모의치료를 시행한다. 이때 간이나 폐처럼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부위에 종양이 생긴 경우라면, 환자의 호흡주기에 맞춰 영상을 촬영한 뒤 치료 범위를 정하게 된다.


    Step 3 - 고정기구 제작
    암이 생긴 부위에 방사선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성자 치료를 받는 중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료 자세가 불안정하거나 오랫동안 가만히 누워 있기 힘든 환자의 경우 몸을 바르게 고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 개인별로 각종 고정기구를 모의치료 과정에서 제작한다.


    Step 4 - 모의치료
    4차원 컴퓨터단층(CT) 모의치료기를 이용해 신체 구조를 3차원 또는 4차원 단면 영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일 환자의 치료 부위가 공기와 뼈로 둘러싸인 경우라면 MRI를 이용해 모의치료를 진행한다. 이는 종양의 정확한 위치와 성질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후 정확한 치료 부위 확인을 위해 피부에 유성펜 등을 사용하여 치료 부위를 표시한다. 전체적인 모의치료가 진행된 후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운다.


    Step 5 - 양성자 치료 진행
    모든 사전 계획이 마무리된 후 본격적인 양성자 치료가 진행된다. 치료는 보통 한 번에 30~60분 소요된다. 양성자 치료의 모든 동작은 컴퓨터를 통해 원격 조정된다. 일반적으로 한 달 평균 20회 정도의 치료를 진행한다.

     

    비용·건강보험 적용은?

    양성자 치료 비용은 총 3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2015년 9월부터 건강보험 요양급여가 확대 실시됨에 따라, 18세 이하 소아종양, 간암, 뇌종양, 두경부암(안구 종양 포함), 폐암, 방사선 치료 부위 재발암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환자 1인당 부담하는 치료비는 질환과 치료 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500만원 미만으로 낮아졌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